2016년 11월 3일 목요일

군대 전역 이틀 후 쓰는 느낌 - 우주여행이라도 갔다 온 것 같음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집으로 말이지)







핰핰 전역이라니!!!!!







와~~ 정말....


전역 며칠 안 남았을 때 주위 사람들한테 자주 듣는 질문이 '무슨 기분이냐'는 거였는데...


이런 기분이었다.




1. 신기하다.
2. 시간이 안 간다.
3. 설마 전쟁이 나진 않겠지(<플래툰>이라는 영화를 보니까 전쟁 중에도 전역은 하던데...)
4. 남아있는 동기들이 가엾고 딱하다. 걔들도 별탈없이 전역할테지만.
5.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6.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안 하기엔 좀 미안하다.
7. 동기들이 몇 대 때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8. 동기들이 못 자게 괴롭혀도 괜찮을 것 같다.
9. 당직사관이 무서운 사람이어도 신경이 안 쓰인다.
10. 몰래 밤에 TV를 보고 싶다.
11. 이제 아이돌 노래 들을 일이 없겠구나 싶다.
12. 강원도는 춥다.
13. 전역 후의 삶이 걱정된다.
14. 작별인사 하기가 쑥스럽고, 그냥 조용히 가고 싶다. (참 이건 군대 가서도 성격이 안 고쳐지는 것 같은데, 원래 마당발이 아닌지라 어쩔 수 없는 듯...)
15. <마션>의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구출되는 기분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만 다시 설명하자면,










◆◇◆◇




<전역=화성(Mars)에서 구출되는 기분>




입대하기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열어봤다.

입대 약 10일 전에 쓰는 느낌 - 우주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음



이 글인데, 입대하기 얼마 전에 영화 <인터스텔라>가 화제였어서 그때 본 예고편이 많이 기억에 남았었고, 그래서 이때 감성충만해서 썼던 글 제목이 '우주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다'는 거였다.

강원도로 떠나는 거죠...




영화 내용이 한참동안 지구로 연락도 안 되는 머나먼, 아무것도 없는 우주(강원도)로 가는 내용이니까. 지구에다가 모든 걸 내버려두고 말이지.






ㅋㅋ 솔직히 좀 호들갑떤 게 없지는 않지만, 입대할 당시에는 정말 기분이 그랬다.


강원도는 21개월이면 됩니다...(참 쉽죠?)


제 우주복입니다. 강원도라는 행성은 많이 춥거든요...




아무튼, 입대할 땐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렸지만,
전역할 때는 다른 SF 영화인 <마션>이 떠올랐다.

<마션>은 마지막 휴가 나왔을 때 봤었는데, 화성에 갇혀서 몇 년을 살다가 구출되는 내용이 마치 군대에 갇혀서 1년 9개월을 살다가 구출되는 내용같아서 전역할 때 많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뭘 그리 거창하게 표현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이건 정말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듯.
그냥 '이 정도로 기분이 좋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추가 : 곧 전역하는 동기 曰, "전역은 인터스텔라보다 독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기서의 독립은 대한독립 만세의 그 독립을 뜻하는 거라고...)









◆◇◆◇




<작별인사 하기 참 쑥스러움>





전역자들을 보면 생활관을 다 돌면서 작별인사를 하고 가는데 난 그냥 조용히 가고 싶었다.

입대할 때도 주변 사람들한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입대 했었고.




간부한테나 병사한테나 마찬가지로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음...

별로 마당발이 아니라서 그런지



괜히 남아있는 사람들 염장지르는 것 같기도 해서...(생활관 동기들은 예외?ㅋㅋ)

아직 전역이 좀 남은 생활관 동기들은 예외...ㅋ


정말,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긴 했는데... 아 왜 난 인사하기가 이렇게 쑥스러운지 모르겠다.



인사도 없이 간다고 매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성격 상 그런거니까 혹시 불쾌하더라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신교대 동기들도 전역하고 우연히 한번 잠깐 만났었는데

그때도 너무 서먹서먹해서 그냥 인사만 하고 잽싸게 다른 곳으로 갔었는데

무슨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ㅠㅠ



예전에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했었는데 INFP 유형이라 그런 것일 듯.


몇 가지 요약하면

(3) 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음
(4) 수줍은 경향이 있는데 특히 새로운 상황,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함
(31)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것을 알도록 대화하지 않는다.
(38) 속마음을 제대로 간파할 수 없음
(48) 냉담하게 보일 수 있다
(49) INFP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림

출처는 여기 http://osunji.tistory.com/entry/INFP%EC%9D%98-%EC%84%B1%EA%B2%A9%EA%B3%BC-%ED%8E%B8%EC%A7%91%EC%9E%90%EC%9D%98-%EB%A7%90















◆◇◆◇




<전역 후의 삶이 걱정된다>




어차피 길은 정해져 있긴 하다.

전역해서 좀 놀다가 공부좀 하다가 복학해서 공부좀 하다가 좀 놀다가 졸업하고 취업하고 등등


그래도 걱정이 됨.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공부하고 일하다가 죽어야 될 것같다.

대학교 다니던 때 아침에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문득 든 생각인데,



1. 학교에 다니다가 군 입대한다.
2. 전역하면 공부하고 취업준비하느라 바쁠 것이다.
3. 취업하면 일 하느라 바쁠 것이다.
(4. 결혼하고 자식까지 생기면 일 하느라 바쁠 것이다.)
5. 일 하다가 죽을 것 같다.


이게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꾸역꾸역 일하다가 휴식시간을 가졌다가 다시 일 하다가 하는 것보단,

차라리 자기가 하는 일이 재밌다는 착각이 들게 된다면 인생을 즐겁게 살다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무시한 인생? '공부'를 '일'로 바꿔도 똑같이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공부를 많이 해야하긴 하겠는데, 그 공부가 좀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이상적인 바람때문에 걱정이 된다.



열심히 살아야되는데 ㅋ...

전역해도 100%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











이 정도 쓰면 충분한 것 같다.


와 글 쓰는데 세 시간 걸리네...



늘 다짐하는 거지만,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고생 많았다. 나를 포함해서 2016년 11월 02일에 전역한 모든 사람들 다....(특히 우리 영준이)

동서울 터미널 가니까 전역자들 엄청 많던데.



앞으로 군대 갈 사람들이나, 아직 군대에 있는 사람들도... 흨흨 이 날이 오긴 옵니다. 화이팅ㅋ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