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토요일

다큐멘터리 감상 - 히로시마, 재앙의 그림자

쓴 날 : 2015.05.03 일요일(군대에 있을 때 쓴 것)

  평소에 전쟁사에 약간의 관심이 있어서 일요일 다큐멘터리 시청 시간에 원폭에 관한 다큐를 보기로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히로시마에 2차 세계대전 마지막 즈음 떨어진 핵폭탄을 소개하고, 투하 과정, 폭발 과정, 이후 여파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다.

  특별히 이 다큐가 다른 원폭 다큐멘터리와 달랐던 점은, '실제 원폭을 재현해서 보여주겠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태까지 사람들이 보아온 원자폭탄 영상은 ㅡ 특히 히로시마의 영상이라고 해오던 것들 ㅡ 사실 미국의 어떤 사막이라던가 기타 등등 핵실험 장소에서 터뜨린 폭탄 영상이지, 히로시마에서 터진 것을 촬영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히로시마에서 찍은 것도 있지만 그건 폭발 이후의 버섯구름 영상밖에 없고 폭발 이전의 영상은 아니라고 한다.

  다큐에서는 어떤 미국의 박물관에 있는 전쟁사학자(?)와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CG팀이 원폭에 관한 여러 자료들,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이용해서 폭발 영상을 재현한다. 그리고 원폭에 관한 몇 가지 오해들도 해소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고 끔찍했던 것들을 적어보겠다.

  첫째로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위력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것이다. 폭발 이후 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증발해버렸다고 한다. 기차역 계단으로 기억하는데, 거기에 앉아있던 사람이 증발하고 시커멓게 엉덩이 근처로 동그란 재가 남은 곳이 영상에 나왔다. 또 충격파 때문에 못, 유리조각 등 파편이 총알처럼 날아가 콘크리트에 박혀 곰보 자국이 남았던 것도 기억난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먼 곳에 있던 사람들은 살이 타서 녹아내렸고, 그래서 어기적거리면서 걸어 다녔다는 생존자의 증언도 있었다. 상상해보니 정말 끔찍했다.

  두번째로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대한 게 기억난다.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몽땅 강이나 개울로 가서 허겁지겁 물을 마셨는데, 물이 방사능에 다 오염되어 다음날에, 물을 마셨던 사람들이 피를 토하면서 죽었다고 했다. 핵이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관계없이 모조리 불특정다수를 한꺼번에 없애버리는 걸 보고 굉장히 무시무시한 무기라는 걸 다시한번 실감했다.

  셋째로 기억에 남는 건 원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몇 가지들이다. 우선 버섯구름이 '그냥 핵 폭발이 일어나면 생기는구나'하고 있었는데 그냥 단순하게 그런 건 아니었다. 충격파가 한 점으로부터 주변으로 퍼졌다가 다시 중앙으로 모이면서 지면에 있던 먼지와 온갖 잔해들, 흙 등을 공중으로 분산시키면서 생긴다는 원리가 있었다. 또 나무에 방사능 수치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원폭 이후 연말에는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있었다. 나무도 오랫동안 안 자랄 것 같았는데 그 달 말에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고 해서 의외였다. 그 외에 폭발이 일어날 때 그냥 밝게 번쩍한 게 아니고 처음엔 어두워졌다가 섬광이 번쩍하고, 그 다음 엄청난 양의 파편이 날아온다는 것, 소리는 증언자에 따라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없었다는 사람도 있어서 어땠는지 모른다는 점이 있다.

  이런 끔찍한 다큐가 재미있으면 안 되겠지만, 흥미로운 건 있었다고 생각한다. 꽤나 세세한 부분까지 고증을 따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제작진이 그래도 노력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앞으로는 이 다큐에서 본 것처럼 끔찍한 원자폭탄이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Unported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