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토요일

독후감 -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

쓴 날 : 2015.05.30 토요일(군대에 있을 때 쓴 것)

저자 : 새뮤얼 플러먼

  나는 토목공학과 학생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토목공학에 관심을 갖고 대학교 진학을 토목과로 한 건 아니고, 인문학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실적이고 직업적인 이유로 결국에 토목과로 전공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운 공학책을 보다가 토목 전공을 포기하자니 아깝고, 계속 그것만 하자니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약간 인문학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보게 됐다. 또 한 분야만 알고 살면 언젠가 손해볼 것 같은 예감도 들었기 때문에 더욱 나에겐 인문학 지식이 필요했다.

  책의 저자는 새뮤얼 플러먼이라는 미국의 토목공학자다. 내가 이 사람의 책을 읽은 건 <<교양있는 엔지니어>>라는 책을 본 게 처음이었는데, 그 책을 봤을 때 단순히 한쪽만 아는 공학도가 되는 것보다 균형잡힌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게 됐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문학의 분야 중 몇 가지인 역사, 문학, 철학, 미술, 음악에 대해 중요한 내용만 소개한 것이 주를 이룬다.

  책의 처음부분부터 각 분야에 대한 요점을 설명하지는 않고, 엔지니어의 직업적인 특성(바쁘고 안정적이지만 불만족스러운 삶, 리더십, 주체적인 것보다 도구적으로 보이는 직종의 위상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직업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에 대해 밝힌다. 엔지니어가 교양과목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로 지적 역량과 상상력의 증대, 리더십 개발,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 공공의 이익에 더 잘 기여하기위한 자세를 갖추는 것을 들고 있다.

  책의 본론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소개하는 문학작품, 음악작품, 역사가의 관점이나 저술, 철학 등에 대해 저자가 무조건 찬양하거나 호평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학작품에 대해 문학계에서는 좋은 평을 받았더라도, 일반인이나 공학도들에게 지루하거나 이상하고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읽어보는 건 그렇게 권하지 않는다'는 말로 솔직하게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입맛대로 골라서, 취향대로 골라서 보라'는 말로 인문학에 큰 관심이 없어도 그것 때문에 따분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의 특이한 점이고 그래서 거부감이 들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나의 경우 역사와 문학에는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책을 읽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거기 나오는 용어를 모르는 게 많고, 개념들이 연결되는 게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다가 약간 답 없는 논쟁을 시시콜콜하게 하는 것 같은 분야도 있어서 관심 없는 분야는 '이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 넘겼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예전엔 교양 과목들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고 그걸 업으로 삼고 싶었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좀 사소하고 실용성이 떨어져서 인문학보다 공학을 주로 배우고 인문학은 그냥 좀 지칠 때나 보는 정도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문이 나오는데 딱 그 말대로 비중을 두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문화로 가는 길은 자신의 전문성을 통과해야지, 우회해서는 안 된다. (...) 교양을 쌓고자 하는 사람이 갖출 필수 조건은 하나의 일을 탁월하게 해내고자 하는 깊고 지속적인 열정이다." - 에릭 에시비 <기술과 학계>

  인문학은 대략적인 것, 특히 관심이 있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보고, 내가 선택한 전공인 토목공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속성으로 인문학 세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이 책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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