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토요일

독후감 -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쓴 날 : 2015.06.30 화요일(군대에서 씀)

  군대 선임 중 한명이 소설책 한권을 추천해주어서 이 책을 보게 됐다. 책은 한 3-4백 페이지정도 되는 작은 책이었는데, 표지 그림이 보라색 연기가 새까만 배경에 담배연기처럼 피어나는 거라서 읽기도 전에 '분위기가 어두운 책이겠구나'하고 짐작하게 됐다. 게다가 제목이 '악의'라니까 당연히 밝은 내용은 아닐 것 같았다. 그래도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선임이 추천해준 거라서 내용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한번 보기로 했다.

  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일단 추리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가가 두명 나오는데 한 명은 성공한 작가이고, 다른 한명은 그렇지 못한 작가이다. 그 중 후자가 '노노구치 오사무'라는 사람이고 작중 주요인물 중 하나이다. 성공한 사람은 노노구치의 중학교 동창생이고 이름은 '히다카 구니히코'이다. 소설 초반부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집에 들르고 난 뒤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경위를 노노구치가 직접 묘사하고 기록해둔 것이 제시된다. 평범한 추리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이 소설의 형식이 특이하다는 것 때문에 그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구조다. 즉 작중인물이 쓴 기록을 작품 밖의 독자가 읽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소설이 1인칭 시점이면 독자는 화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나도 역시 노노구치의 수기 내용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노노구치가 작품 밖의 독자를 속일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고, 노노구치가 기록한 수기의 내용이 물론 화자의 주관적 해석이 있을 수 있어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있을거란 생각은 못 했다. 그래서 범인으로 의심한 사람은 구니히코의 부인이었다. 노노구치의 수기에서 자꾸 '강한 여자'(남편이 살해된 것을 알고도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약간 연극이 아닐까 생각했다)로 묘사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남편이 유명인이고 돈이 많은데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 봐서도 약간 의심을 했다. 노노구치가 자꾸 그 부인을 묘사하니까 둘이 불륜관계고 살인사건의 공범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가 노노구치가 자신의 수기를 통해 사기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노노구치가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인 '가가' 형사에게 자신의 기록을 봐도 된다고 넘겨주는 장면이 나오면서부터였다.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부통령이 자신이 검찰로부터 돈세탁 의혹을 받자,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려고 자신이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는지 전부 적어둔 기록물을 넘겨준 것이다. 물론 이 기록물은 철저히 검토해서 꼬투리 잡힐 일이 없도록 미리 조치해둔 거였다. 기록을 넘겨줌으로써 자신은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거리낄 것 없다는 인상을 심는 동시에 약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무 의심 없이 작품 중 화자를 믿는 마음이 싹 사라지고, 노노구치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독자로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그의 수기 내용 뿐이고, 그 구성을 의심해보기엔 독서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지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전개가 이루어졌다. 소설을 중간도 안 읽었는데 장이 넘어가더니, 다음 장 제목이 '해결'이라는 것이었다. 혹시 이 책이 단편소설 몇 개를 엮어놓은 건가 싶어서 맨 앞으로 가서 목차를 찾아봤다. 목차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책 한 권이 소설 한 편이라는 건데(표지에도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 범인이 잡히고 감옥에 가고 난 뒤의 이야기가 계속 펼쳐지는 건가 하는 예상도 해봤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궁금증에 계속 책을 읽었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가 형사는 끈질긴 추리 끝에 범인은 노노구치이며, 살해 동기는 히다카의 부인과 노노구치가 사랑에 빠졌었고, 히다카가 노노구치의 불륜관계를 눈치챘으며, 노노구치가 히다카를 죽이려 했던 게 들키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히다카에게 노노구치가, 그동안 자신이 썼던 소설을 다 주게 해서라는 걸 밝혀냈다. 그래서 사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가 쓴 소설들이 노노구치의 것이라는 거였다. 여기까지 보니까 노노구치가 일부러 빈틈이 있는 수기를 남긴 것이 히다카의 악랄함도 세상에 알리고 싶었으며, 자신의 억울함도 알리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가 형사가 증거들을 모아서(...)

이후 내용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쓰다 말음.... ㅋㅋㅋ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Unported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