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일병 일기 7 - 몰락한 사격 왕(?)의 귀환

  사격장 표적은 총알이 적중했을 때 자동으로 뒤로 넘어간다. 오전부터 사격을 시작해서 오후까지 하는데, 1, 2차 사격에 모두 합격하면 금요일에 추가로 사격하러 가지 않는다고 해서 추가 사격을 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총을 쐈다.

  첫 사격 결과는 지난번 했던 것과 똑같이 11발이었다. 1차 합격했다는 사실에 난 기분이 좋아졌다. 2차에 반드시 합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음 사격을 기다렸다. 한편으론 '사격 별로 어렵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있게 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2차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7발이었다. 200m 표적을 하나도 못 맞췄는데, 표적이 뒤로 넘어가지 않을 때마다 좌절감이 들었고, 옆에서 황 하사님이 실망스럽다는 제스쳐를 취해서 더 기분이 상했다. '내가 약간 자만해서 급하게 쏜걸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사선에서 내려와 탄피를 반납했다. 1차보다 확실히 2차에 여유있게, 긴장하지 않고 쏜 느낌이 있었다. 사격을 끝내고 PRI 교장으로 가니까 선임들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동기들은 1차 때 운이 좋았던 거라며 살짝 놀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내가 부사수를 해 줬던 타 중대 인원도 1차 합격자였는데, 나한테 와서 '표적이 안 넘어가지 않느냐'고 말하는 거였다. 나는 '너무 멀어서 맞췄는지 못 맞췄는지 분간이 안 간다'고 답했고, 그 병사가 자신도 2차 불합격인데 너무 터무니없이 명중률 차이가 나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설마 '표적이 고장나는 경우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다음 조들은 어떻게 되나 보기로 했다.

  한참을 PRI 하면서 기다리는데, 간부가 한 명 오더니 '표적이 고장난 곳이 좀 있어서 재사격을 한다'고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잘못으로 7발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고 '내가 그렇게 못 쏘지는 않지~'하는 생각도 들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그렇게 다시 실시한 사격의 결과는 12발. 1발이 예전 기록보다 늘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다시 사격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표적때문에 한번 몰락했다가 다시 부활하니까, 이 일기의 제목을 '몰락한 왕의 귀환'이라 지을만 하겠다. 금요일에 또 사격할 뻔했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댓글 1개:

  1. 박슈~~~~ㅉㅉㅉㅉㅉㅉㅉ

    왕이시여~감축드리옵니당^^!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