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월요일

일병 일기 20 - OP에서 과자 봉지가 빵빵한 이유

2015.09.11.금 - 불모지 여덟 째 날, 작업은 5일 째


* 소초가 있는 숙소엔 안개가 심했고, 작업을 하는 아랫쪽 사면 역시 안개가 심했다. 50M 전방이 안 보일 정도였다. 날씨는 시원했음.

* 경계 조가 늦게 와서 통문이 약간 늦게 열렸다. 8시 30분 경 작전지역 투입.

* 자꾸 내가 토목과라고 계단 만들라고 해서 약간 웃겼다. 토목이랑 계단이랑 크게 상관 없는데 ㅋ

* 10:10에 비가 와서 철수했다. 10:38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오니 안개가 더 심해져서 25M 전방까지만 보였다.

* 점심 먹고 다시 나가야될 것 같아서 '일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중대장님께서 나갈 것 같이 하시다가 안 나가고 주말까지 쉰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다.







2015.09.14.월 - 불모지 열 한번 째 날, 작업은 6일 째

* 날씨

  • 윗동네 : 햇빛, 안개(100m까지만 보임) , 바람
  • 아랫 동네 : 맑고 신선


* 7:47 복장 착용, 08:05 남책 통과, 08:19 북책 통과, 작업 시작, 11:20 철수

* 오전에 6m정도 전진.

* 쇠파이프 (손 두 뼘 길이, 지름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탄클립, 탄통 뚜껑, 의자만한 바위 발견.

* 계단 많이 만듦. 경사가 심해져서.( 한 45도 정도 경사)

* 다람쥐가 윤형 철조망 바닥에 뭉쳐져 있는걸 타고 다니다가 미끄러져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하는걸 봤는데 귀여웠다. 그러다가 자기가 파둔 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철조망쪽으로 나옴. 다람쥐도 굴을 판다는 걸 알게 됨.

* 팔 하박 길이정도 되는 얇은 뱀이 우리가 작업하던 곳에서 황급히 빠져나와 옆의 흙, 나뭇가지 버리는 곳으로 도망침. 군대와서 처음으로 뱀 봤다.

* "토목과인데 이것도 몰라?" 중대장님 말씀에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일했음. 선임들이 쉬라고 해도 자존심 상해서 계속 흙과 돌로 계단 만들고 계단 평평하게 함. 사실 토목이랑 흙 계단이랑 큰 관련 없지만 왠지 그랬다.

* 그래도 작업 모두 끝나고 숙소돌아왔을 때 공부만 하지는 못하겠더라. 조금만 하다가 개인정비, 휴식, 내일 작업 준비하니까 잘 시간 됨.

* 어떤 사람이 어느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토목과에서 2년이나 있었고, 성적도 양호하지만 별로 아는 게 많지 않다. 공부를 해도 진도가 천천히 나가게 되고 숫자 감각도 별로 안 좋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 OP에서 과자 봉지가 빵빵한 이유

사진 출처


  • OP에서 누군가 과자를 꺼냈는데 봉지가 아주 빵빵해서 '질소 과자'라고 하는 걸 들었다. 페이스북 등에서 우리나라 과자는 양이 얼마 없고 공기만 잔뜩 들어있다고 비난하거나, 과자 봉지들을 묶어서 한강을 건너는 풍자 내용이 종종 돌아다니는데, 아마도 그걸 봤는지 똑같이 욕하려 했다.
  • 내가 여태껏 본 과자봉지들은 그 정도로 빵빵하진 않았다. 그래서 의심이 들었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무작정 다른 사람들 따라서, 따져보지 않고 비난해도 되는 걸까?
  •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OP는 고지대니까 기압이 낮은 반면, 과자를 만든 공장은 저지대니까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 밀봉된 봉지 안에는 고지대의 낮은 기압보다 높은 기압의 공기가 들어있을 것이고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니까 봉지 안의 공기가 밖으로 나오려고 해서 봉지가 팽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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