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우울증 일기 - 18.06.28.목.14PM



18.06.28.목 2PM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느낌.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자기 주장이 없어짐. 있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지 못함.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정신과 우울증 초진



10AM




가기 직전까지 가기 싫은 기분이었지만 갔다. 도착해서도 계속 의심이 들었다. 나는 정말 문제가 있는건가 꾀병인건가. 근데 꾀병이라고 해도 인생 조진거 같은 생각은 계속 들었다.

처음 왔다고 하니까 간단한 자가 진단을 하게 했다. A4용지 앞뒤로 두장 설문조사같은 형식이었다. 그걸 하기 전엔 내가 심각한 게 아닌가 했는데 의외로 하면서 보니까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치만 지금이 방학중이라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인 걸 생각하면 모른다.

의사 선생님을 처음 만나서 진료를 시작했다. '왜 왔어요?' 질문으로 시작해서 거의 내가 말을 했다. 망한 인생 얘기가 쪽팔렸지만 처음 말할 때 많이 말해야할 것 같아서 그동안 걸리는 걸 다 얘기했다. 의사선생님은 얘기를 들으며 종이에 뭐라고 필기를 했다.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고 끊기도 했다.('그 얘긴 나중에 듣는다'고 했다. 정말 나중에도 필요한 얘기라서 끊은 걸까? 의심이 든다)

그리고 일주일 치 약 처방을 받고 끝났다. 특별히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라는 것은 없었다. 느낌이 마치 독감 걸려서 병원 갔을 때 진료받는 느낌이었다. 정신과라고 해서 일종의 신비주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약이 진짜 약일지 의심이 든다. 내가 뭐하는걸까 하고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없는 병을 지어내서 돈을 쓰는 것 같은 죄책감. 약값과 진료비 합쳐서 28,700원이 나왔다. 걸린 시간은 총 한 시간가량? 초진이 제일 돈이 많이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줄어든다고 한다. 끝나고 나오는데 대기실에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다들 뭐하나 이상한 거 하나씩은 있나보다. 약 다 먹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약을 유심히 봤는데 아침, 저녁 약이 다르게 생겼다. 공통으로 들어있는 하얀 작은 약은 길고 편평하게 생겼고 D-W, M O가 앞뒤로 적혀있다. 아침약엔 녹색 캡슐 Binex Selectine 10mg?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인다. 저녁 약엔 큰 동그란 하얀색 HP MI라고 적힌 약이 있다.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7PM - 밥 먹는 것에 대하여




나는 밥값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밥 먹기가 귀찮다. 나는 내 할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미룬다. 최소한의 해야할 일도. 밥 먹고 설거지도 미룬다. 하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남들은 다들 참고 하는 것일텐데.

메뉴를 고르는 일은 너무 사치스러운 일인 것 같다. 최소한 죽지 않으려고 먹는 거라면. 나 때문에 돈이 나갈 때마다 죄책감이 생긴다. 밥 먹는 것에 대해선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안 먹을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8PM - 만사가 귀찮다




심지어는 게임도 하기가 싫다. 문명을 해보고 싶지만 얼마나 많은 걸 해야할까 생각하면 막막하고 귀찮다.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상 할 일도? 일단 시작하는 태도가 없어서일까. 막막하면 아예 시작도 안 하게 된다.



2018년 6월 19일 화요일

나는 우울증인건가 아닌건가

진료 전 준비

https://blog.naver.com/qlwkem1672/221056184165
이 글 참고해서 갔을 때 뭐라고 할지 생각해보기. 막상 가면 말이 안 나올 것 같아서.

1. 자살에 대해

시도는 안 해봄. 방법은 여러 가지 생각해봄. 2017년에는 4층 베란다 있는 원룸에 살았는데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것 또는 베란다 위 옥상에 있는 난간에 목 매다는 것(밧줄 구할 곳을 모르겠어서 멀티탭으로 하면 좋을거라 생각했었음), 차도에 뛰어드는 것, 다리에서 강으로 투신하는 것을 생각해봄. 만약 한다면 강물 투신이 제일 좋을 것 같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많이 갈 것 같음.

의외로 방안에서는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음. 문손잡이나 화장실 수건걸이쯤이 있을 것 같은데 낮은 곳에 있는 봉 같은 물체에 목 매려고 하면 죽기 두려워서 안 될 것 같음.

2018년에는 고시원 4층에 살았다. 옥상 투신하는 게 있었는데 위에서 말한 이유로 그냥 한다면 강물 투신이 나을 거라 생각함. 대신 시체를 찾기 힘들테니 죽었다고 유서는 남겨야할 듯.

하지만 2017, 2018년 모두 시도해본 적은 없다. 겁이 많으면 죽기도 힘든 듯.


2. 가정사

는 안 적음


3. 학창시절

고3때까지 공부 잘 했다. 스스로도 만족했음. 수학, 물리를 싫어했으나 국어, 영어, 생물 과목을 좋아함. 책 읽는 걸 아주 좋아해서 국어 문제집 푸는 것보다 그냥 책 읽는 걸로 공부를 대신함.

공부를 잘 하니까 친구들도 나를 인정해주고 대부분 애들과 원만하게 지냄. 그런데 어떤 애가 너무 스토킹하다싶이 내가 뭐하고 사는지 무슨 책 보는지 이런 걸 알려고 해서 너무 싫었음.

수능을 보고 대학교 갈 생각을 하니까 새로운 사람들 만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높은 목표를 세워두고 재수한다고 함. 공부는 하지 않고 어영부영 놀다가 2년을 보냄. 고3때보다 더 낮은 성적을 거뒀고 스스로에게 실망함. 하고 싶은 공부는 다른 것이었으나 취직하기 힘든 학과였고, 부모님 권유로 토목공학과 진학.

재수, 삼수를 하면서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는 모두 연락이 끊김. 안 오기도 했고 내가 일부러 안 받은 것도 있었음. 대학교를 좋은 데 못 갔다는 게 부끄러웠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대부분 교양과목이라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음. 내가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보이니까 뿌듯했다. 이때는 게임도 안 하고 성실한 학생이었음. 동기 애들이 대부분 1학년 때 대충대충해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은 것 같다.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기숙사에서 살아서 학비 걱정 없이 살았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지만 그래도 이때의 자존감은 괜찮은 상태였음. 전공 과목이 거의 없어서 공부에 어려움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들을 다시 배우는 것과 같은 상태였고 나는 재수, 삼수까지 했으니 공부가 쉬운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1학년 때 조별과제를 통해 만난 애들과 많이 친했음. 교우관계는 넓지 않았음. MT를 가거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렸을 때부터 많이 두려웠음. MT는 장학금 받을 때 필요해서 억지로 감.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자리는 최대한 피하거나 가더라도 조용히 있다가 도망치듯이 나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을 배우기 시작함. 이때도 1학기는 전액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함. 새로운 내용들을 배우는 데다가 내용들이 거의 내가 싫어하는 수학, 물리 내용이라서 공부가 많이 힘들다고 느낌. 그래도 거의 매일 도서관을 다니면서 열심히 함. 서술식으로 어떤 문제풀이 과정과 숫자를 외워야 하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 과목에 시간투자를 특히 많이 했던 것 같음. 그런데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한 가지를 배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니까 지쳐버리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에 많이 심적으로 힘들었음. 학기말에는 너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새로 배우는 내용들을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거의 매일 잠을 잠. 기숙사 룸메이트가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지만 딱히 별로 친하지 않은지라 그냥 아프다고 둘러대고 학교에 빠지기 시작함.

군대에 가야했기도 하고, 군대에 가서 정신 좀 차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2학년을 마치고 입대.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게 여전히 걱정됐지만 군 복무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라 가게 됨. 입대 시기가 군대 병영 부조리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던 시기였기도 했고,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라 문제없이 제대함. 직업 군인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얘기해봤으나 걱정도 많이하고 직업 군인을 하면 나중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서 그냥 안 하기로 함. 내가 간부가 된다면 낯가림이 심한 게 발목을 잡을 것 같기도 했고 운동도 잘 못했기 때문에 그냥 관둠. 군대에서 내가 잘 못하는 전공과목 공부를 틈틈이 했음. 하지만 계획한대로 다 하진 못하고 역시 스스로의 한계를 느낌.

복학해서 3학년이 되니까 전공 과목은 여전히 어려웠고, 군대에서 조금 책을 봤더라도 소화하기 힘들었음. 예제 하나 푸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고 과제물도 완수하기 벅찼음. 2학년까지는 기숙사에서 살아서 의식주에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됐지만 3학년때부터는 자취를 했기 때문에 의식주 해결을 직접 해야했음. 게다가 월세, 생활비가 1, 2학년때에 비해 많이 나오는데 나는 알바 한번 안 하고 부모님 용돈 타서 살다보니 죄책감이 느껴졌음. 공부는 너무 힘들었고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자꾸만 할일을 미루고 게임에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됨. 해야될 게 많거나 하나를 배우는 데 너무 노력이 많이 드는 게 괴롭게 느껴짐. 뒤쳐졌다는 느낌이 듦. 또래 애들은 나보다 2년이 빠르고, 대학 동기들은 나보다 어린데도 나보다 전공 내용을 잘 소화하는 듯했음. 그런데도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게임에 빠짐. 공부량은 더더욱 적어지고 시험이 다가와도 책을 잡기가 싫어짐. 어차피 시험을 보러 가도 많은 내용을 쓰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졸업하면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합리화함. 나중엔 수업도 안 나가고 시험날에도 가지 않음. 중간중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한 적도 있지만 길게 가지 못하고 쉽게 나가떨어짐. 그럴 때마다 더욱 자존감이 상하고 학교를 그만둬야할까 계속 생각함. 우울감이 심해져서 밥도 안 먹고 잠만 자거나 현실을 잊기 위해 게임에 몰두함. 주변 사람들 연락을 일부러 안 받음. 전화를 받기가 무서웠음. 마음 속으로는 계속 틀려도 된다, 다 못해도 된다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너무 무기력해짐. 하루에 거의 12시간을 자고 이틀에 한끼를 대충 때우고 깨 있을 때는 침대에 누워서 울거나 우울한 생각을 하거나 학교에 가 있을 다른 대학생들을 생각하거나 일어나서 게임을 함.

인터넷에 있는 여러 좋은 글이나 방법들을 시도해보지만 제대로 되지 않음. 인생이 망한 것 같은 느낌.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나를 아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짐. 내 이름을 아는 교수님이 무섭고 학교 가기가 더욱 무서워짐. 조별 과제할 때도 조원들과 이야기하는 게 몹시 힘듦. '저 사람이 나한테 인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 눈물을 참느라 집중하기가 힘듦. 계속해서 우울한 생각이 들고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듦.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걸 모르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자괴감이 듦. 교수님들이 취업에 대한 이야기나 현실 이야기를 하면 특히 더 감정 조절이 안 됨.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이나 고시원으로 돌아올 때도 혼자 걸어가다가 몰래 운 적이 종종 있음.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 볼까 두렵고 사람 많은 곳은 일부러 피해서 돌아서 감. 학교에서 잘리면 뭘 해야될지 막막하고 두려움.




결국 3학년은 두 학기 모두 학사경고. 유급해서 원래 4학년이지만 다시 3학년이 됨. 현재 1학기가 끝났지만 또 학사경고 받을 예정. 제적될 것 같음. 나는 안 되는가보다... 실패했다는 느낌. 무기력함. 아무것도 하기 싫음. 기본적인 생활습관도 엉망이 됨. 잠을 많이, 불규칙적으로 잠. 학기 중엔 밥도 거의 안 먹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느낌. 죽기는 무섭고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쉼.

4. 검사를 받기로 결심한 이유

내가 게으르고 나쁜 건가 아니면 병신이라 그런건가 확인해보고 싶다. 여러번 다시 마음먹고 공부하려 했고, 조금 버틴 적이 있지만 자꾸 무너져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 자기 합리화 하려고 검사를 받는다. 게으르고 무능하단 소리보다 정신병 있다는 소리 듣는 게 덜 슬플 것 같아서 검사 받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5. 증상

  1. 잠을 자면 일어나기 힘듦. 잠을 너무 많이 잠. 9-12시간. 불규칙한 수면시간.
  2. 밥 먹기가 귀찮고 죄책감 들어서 거의 안 먹음.
  3. 잘 안 씻음.
  4. 해야할 일(공부)을 아예 안 함.
  5. 게임에 몰입하다가 나중엔 그것도 안 함.
  6. 거의 모든 걸 하기 싫다.
  7. 밖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8. 사람 만나기 두려움. 연락 받는 것도 두려움.
  9.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 해도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들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이 남. 이런 생각을 안 하려고 게임을 함.
  10. 전에 비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짐.
  11.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생각. 죄책감. 부모님께 미안함.
  12. 방도 잘 안 치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