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7일 수요일

정신과 우울증 초진



10AM




가기 직전까지 가기 싫은 기분이었지만 갔다. 도착해서도 계속 의심이 들었다. 나는 정말 문제가 있는건가 꾀병인건가. 근데 꾀병이라고 해도 인생 조진거 같은 생각은 계속 들었다.

처음 왔다고 하니까 간단한 자가 진단을 하게 했다. A4용지 앞뒤로 두장 설문조사같은 형식이었다. 그걸 하기 전엔 내가 심각한 게 아닌가 했는데 의외로 하면서 보니까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치만 지금이 방학중이라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인 걸 생각하면 모른다.

의사 선생님을 처음 만나서 진료를 시작했다. '왜 왔어요?' 질문으로 시작해서 거의 내가 말을 했다. 망한 인생 얘기가 쪽팔렸지만 처음 말할 때 많이 말해야할 것 같아서 그동안 걸리는 걸 다 얘기했다. 의사선생님은 얘기를 들으며 종이에 뭐라고 필기를 했다.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고 끊기도 했다.('그 얘긴 나중에 듣는다'고 했다. 정말 나중에도 필요한 얘기라서 끊은 걸까? 의심이 든다)

그리고 일주일 치 약 처방을 받고 끝났다. 특별히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라는 것은 없었다. 느낌이 마치 독감 걸려서 병원 갔을 때 진료받는 느낌이었다. 정신과라고 해서 일종의 신비주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약이 진짜 약일지 의심이 든다. 내가 뭐하는걸까 하고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없는 병을 지어내서 돈을 쓰는 것 같은 죄책감. 약값과 진료비 합쳐서 28,700원이 나왔다. 걸린 시간은 총 한 시간가량? 초진이 제일 돈이 많이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줄어든다고 한다. 끝나고 나오는데 대기실에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다들 뭐하나 이상한 거 하나씩은 있나보다. 약 다 먹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약을 유심히 봤는데 아침, 저녁 약이 다르게 생겼다. 공통으로 들어있는 하얀 작은 약은 길고 편평하게 생겼고 D-W, M O가 앞뒤로 적혀있다. 아침약엔 녹색 캡슐 Binex Selectine 10mg?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인다. 저녁 약엔 큰 동그란 하얀색 HP MI라고 적힌 약이 있다.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7PM - 밥 먹는 것에 대하여




나는 밥값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밥 먹기가 귀찮다. 나는 내 할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미룬다. 최소한의 해야할 일도. 밥 먹고 설거지도 미룬다. 하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남들은 다들 참고 하는 것일텐데.

메뉴를 고르는 일은 너무 사치스러운 일인 것 같다. 최소한 죽지 않으려고 먹는 거라면. 나 때문에 돈이 나갈 때마다 죄책감이 생긴다. 밥 먹는 것에 대해선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안 먹을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8PM - 만사가 귀찮다




심지어는 게임도 하기가 싫다. 문명을 해보고 싶지만 얼마나 많은 걸 해야할까 생각하면 막막하고 귀찮다.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상 할 일도? 일단 시작하는 태도가 없어서일까. 막막하면 아예 시작도 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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