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0 - 왜 생활관에서 뭘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나름 몰래 먹는다고 먹었다. 설마 선임이나 간부가 복도를 지나가면서 문에 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뒤돌아서 과자를 먹는 후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걸렸고, 혼났다.

  처음 혼났을 때 우리는 음식을 그냥 버릴 수는 없고 걸리지 않게 먹자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걸렸다. 이번엔 다른 선임들 몇명도 얘기를 듣고 생활관에 찾아와서 혼났다. 내 맏선임도 오셨고, 그래서 되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선임도 더 위의 선임도 나와 내 동기들이 생활관에서 음식물을 먹는다는 걸 알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부터 나와 내 동기들은 완전 찍혔을거라며 쫄아있었다. 약간 어이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생활관에서 왜 먹으면 안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과자 먹는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부스러기가 생긴다고 해도 매일 청소하는데, 이 정도도 안 되나 싶었다.

  나중에 물어봤을 때, 취식물 섭취 금지 사유는 예전에 생활관에서 뭘 먹어도 되던 시절, 라면같이 냄새가 많이 나고 국물을 흘리면 쉽게 지저분해지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활관이 더러워지고 냄새도 많이 나게 돼서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느정도 이해는 됐다. 그래도 살짝 억울한 점은, 라면이나 냉동식품도 아니고 겨우 과자나 초코파이같은 건데도 이 날처럼 콤보로 혼났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알고 보니, 선임들 중 몇몇도 밤에 TV보면서 뭘 먹다가 걸렸다고 해서 약간 이 규칙이 이상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그 얘기를 다음날 아침에 듣고 나니까, 우리만 걸린 줄 알고 쫄아있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이날 이후로 나는 그냥 음식물은 생활관에 두지 않고, 있더라도 다목적실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한 규칙같지만 그걸 어겨서 털리는 건 싫으니까. 내가 나중에 선임이 되면 그냥 음식물 생활관에서 먹더라도 눈감아 줄거다. 대신 너무 지저분하게 먹으면 잡아야지.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댓글 1개:

  1. 라면이나 국물 안 되는 이유는 알았으니~ 됐꼬^^
    과자 등은~ 작은 부스러기들이 떨어지면 고걸 냄새맡은 개미들이 귀신같이 알고
    내무반에 진지를 구축할 걸~? (그래서 가정집도 음식물 밀폐에 신경쓰고 있음)
    개미가 많아지다보면 침상 그대 몸까지 더듬더듬 간질간질~ ㅋ
    이왕 안 하기로 맘먹은 거 기분좋게~ 쏘쿨!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