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목요일

일병 일기 3 - 힘들다는 얘기는 조심해서...

  일반적으로 드는 생각이 짬(군복무 경력)이 어느정도 되면 일을 좀 덜 하고 쉬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무리 선임이라도 후임들에게 좋은 선임으로 보이고 싶다면 할 건 해야하고, 그걸 힘들다고 함부로 다른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느끼는 건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입대전엔 내 코가 석자라고, 내가 제일 힘들게 사는 줄 알았었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좀 생각해보니 내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누구나 귀찮고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만약 이런, 모두가 자신이 힘들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누군가 자기 일이 제일 힘들다고 티를 낸다면, 다들 자기 주관대로 생각하므로,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불화로 이어지거나 서로 뒷담화를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은 주관적이기 쉬우니까, 주변사람들의 기분이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데, 그게 하필 더 힘든 일을 하는 후임병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다. 이게 그 선임의 고의적인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동기들끼리 있을 때 힘들다는 티를 낸 적이 있으니까 그 선임을 이해할 수 있다. 누차 말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황만 보기 쉬우니까. 앞으로 내가 그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을 통해서 교훈을 얻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겐 마음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내가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도 어딘가에서 집단을 위해 애쓰고 있을테고, 그걸 비교할만한 상황을 만드는 건 불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다는 건 내가 결정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남이 내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그걸 '힘든 일'이라고 인정해줄 때가 정말로 '할만큼 했다'고 받아들여질만한 상황이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남이 쉬운 일을 한다고(소위 "꿀빤다"고 하는 것) 함부로 얘기하지도 말아야겠다. 그러기보다 '저 사람이 있어서 나한테 맡겨질 수도 있었던 일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게 됐구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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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ㅎ ㅓ..
    그양반.. 익히 느끼고는 있었지만
    생각하는게 완전 성인같구료.. 흠..
    참으로 물리적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며
    그 옳고 바른 생각을
    나도 배우도록 하겠소오~ 이미 그러고 있긴 하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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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무리 생각해도
    성인 같으심 !
    오늘 하루의 묵상으로 곰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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