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일 일요일

독후감 - 체탄 바갓, 세 얼간이

쓴 날 : 2015.10.10.토 (군대에서)

  불모지에, 그리고 군대에 있다보면 대학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든다. 돌이켜보면 대학교에 다니면서 누군가와 놀지 않더라도 그냥 단순히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캠퍼스를 거닐기만 해도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무척 돌아가고 싶다. 불모지에서 소설책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 <<세 얼간이>>였다. 나와 같은 공대생 이야기라서 학교 생활을 그리워지게 만들어줄 것 같았고, 입대하기 한참 전에 <<세 얼간이>>를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더 관심이 생겼다.

  간단한 줄거리는, 인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유명하고 상위권에 속해 있는 델리 공과대학(IIT)에 입학한 여러 수재들 중 세 명이 공부와 시험으로부터 압박감을 받다가, 방황도 했다가, 부정 행위로 정학도 당했다가, 결국엔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내용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학교의 고된 교육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주가 되지만, 어떻게 됐든 결국에 시련을 이겨내고 방황을 끝낸 후에 배우는 것에 정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제도의 냉혹함에 혀를 내두르고 부정행위를 통해 교육과정과 싸우려 하지만 결국 대패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물론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인물들을 마냥 나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정말 죽도록 공부해서 인도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친구들과 논다던가, 취미 생활을 한다던가, 연애를 한다던가, 하고 싶은 공부를 따로 한다던가 하는 자유는 아직도 주어지지 않는다. 정말 공부만 해야 하고,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보게 하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열등감에 기가 죽어야만 하는 곳이 대학이었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배경을 생각해보면, 과연 대학이라든지 공부라든지 하는 필요하지만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세 얼간이들'의 관점에 일부만 동의한다. 공부는 어려운 게 맞고, 시험을 여러 번 치다 보면 남는 게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이 찾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교육 과정'이 정해져 있는 공부들은 많이 그렇다고 느낀다. 시험은 물론 자신을 점검하게 해주고 시간을 무한정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자신을 채찍질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배운 것들을 쓸 일이 잘 없는 경우에 사람은 그런 걸 잊어버리기 때문에 결국 남는 게 거의 없는 현상이 생기고, 이건 시험의 단점이자 엄청난 낭비라고 느껴진다.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라는 책에서도 이 문제점이 등장한다. 시험 성적과 학생의 이해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꾸 잊으며, 이해가 부족하지만 성적은 잘 받는 학생이 꼭 생기게 되어 있고, 성적은 별로 높지 않지만 이해는 확실히 하는 학생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이 묻히게 되는 것이 시험이라는 제도의 단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험의 압박을 줄이고 '낭비'도 줄이면서, 학생들의 이해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정말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교육학자들이 고민할 일이다. 일단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시험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최대한 노력하되 집착하지는 않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론, '세 얼간이들'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규정과 제도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본인들은 그걸 감수할 뜻이 있으니까 대학에 온 것일텐데, 그걸 깨부수려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대들듯이 '우린 어차피 정당하게 못 이겨. 룰이 우리에게 아예 불리하거든. 그러니까 무법자가 되자'는 식으로 정말 '깨부수려고 하니까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무법자에 비유하지 않더라도,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부정행위를 통해 공부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치자. 정당하게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어 가는 사람들은 그럼 바보라서 그들이 노는 동안 책상에 앉아서 낑낑거렸던 걸까? 그런 식으로 부정한 방법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기업은 정말 노력했던 사람들을 놓치고 엉뚱하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뽑게 될 것이며 국가적으로 본다면 낭비도 심하고 부패하기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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