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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일요일

독후감 - 체탄 바갓, 세 얼간이

쓴 날 : 2015.10.10.토 (군대에서)

  불모지에, 그리고 군대에 있다보면 대학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든다. 돌이켜보면 대학교에 다니면서 누군가와 놀지 않더라도 그냥 단순히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캠퍼스를 거닐기만 해도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무척 돌아가고 싶다. 불모지에서 소설책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 <<세 얼간이>>였다. 나와 같은 공대생 이야기라서 학교 생활을 그리워지게 만들어줄 것 같았고, 입대하기 한참 전에 <<세 얼간이>>를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더 관심이 생겼다.

  간단한 줄거리는, 인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유명하고 상위권에 속해 있는 델리 공과대학(IIT)에 입학한 여러 수재들 중 세 명이 공부와 시험으로부터 압박감을 받다가, 방황도 했다가, 부정 행위로 정학도 당했다가, 결국엔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내용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학교의 고된 교육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주가 되지만, 어떻게 됐든 결국에 시련을 이겨내고 방황을 끝낸 후에 배우는 것에 정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제도의 냉혹함에 혀를 내두르고 부정행위를 통해 교육과정과 싸우려 하지만 결국 대패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물론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인물들을 마냥 나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정말 죽도록 공부해서 인도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친구들과 논다던가, 취미 생활을 한다던가, 연애를 한다던가, 하고 싶은 공부를 따로 한다던가 하는 자유는 아직도 주어지지 않는다. 정말 공부만 해야 하고,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보게 하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열등감에 기가 죽어야만 하는 곳이 대학이었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배경을 생각해보면, 과연 대학이라든지 공부라든지 하는 필요하지만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세 얼간이들'의 관점에 일부만 동의한다. 공부는 어려운 게 맞고, 시험을 여러 번 치다 보면 남는 게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이 찾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교육 과정'이 정해져 있는 공부들은 많이 그렇다고 느낀다. 시험은 물론 자신을 점검하게 해주고 시간을 무한정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자신을 채찍질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배운 것들을 쓸 일이 잘 없는 경우에 사람은 그런 걸 잊어버리기 때문에 결국 남는 게 거의 없는 현상이 생기고, 이건 시험의 단점이자 엄청난 낭비라고 느껴진다.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라는 책에서도 이 문제점이 등장한다. 시험 성적과 학생의 이해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꾸 잊으며, 이해가 부족하지만 성적은 잘 받는 학생이 꼭 생기게 되어 있고, 성적은 별로 높지 않지만 이해는 확실히 하는 학생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이 묻히게 되는 것이 시험이라는 제도의 단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험의 압박을 줄이고 '낭비'도 줄이면서, 학생들의 이해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정말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교육학자들이 고민할 일이다. 일단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시험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최대한 노력하되 집착하지는 않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론, '세 얼간이들'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규정과 제도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본인들은 그걸 감수할 뜻이 있으니까 대학에 온 것일텐데, 그걸 깨부수려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대들듯이 '우린 어차피 정당하게 못 이겨. 룰이 우리에게 아예 불리하거든. 그러니까 무법자가 되자'는 식으로 정말 '깨부수려고 하니까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무법자에 비유하지 않더라도,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부정행위를 통해 공부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치자. 정당하게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어 가는 사람들은 그럼 바보라서 그들이 노는 동안 책상에 앉아서 낑낑거렸던 걸까? 그런 식으로 부정한 방법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기업은 정말 노력했던 사람들을 놓치고 엉뚱하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뽑게 될 것이며 국가적으로 본다면 낭비도 심하고 부패하기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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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

쓴 날 : 2015.10.10.토 (군대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하고 있던 공부가 슬슬 질리기 시작하고, 불모지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잘 실천이 안 돼서, 공부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였다. 물론 꾸역꾸역 의지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공부에는 어떤 노하우가 숨겨져 있을까 궁금했다.

  이 책에서 인상깊게 본 내용 중 첫번째는 '세상에 쓸모없는 공부는 없다. 써먹지 못하는 공부는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읽은 책 중 새뮤얼 플러먼이라는 미국의 공학자가 쓴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이 있는데 거기서 '엔지니어는 자신의 전공 분야만 알려고 해선 안 되고, 인문학도 공부해야 하며, 그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는 요지의 글을 읽었다. 이 책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다. 근거로,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는 복잡성이 증가했으며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다른 분야의 일도 알아야 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내가 몸담게 될 건설 분야만 해도 그렇다. 그냥 튼튼하고 저렴한 구조물을 지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관련 법규도 알아야 하고 지역 주민 여론도 파악해야 하고 구조물의 미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하는 등, 한 분야만 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런 거창한 것 말고도 사회생활하면서 인간 관계에 필요한 공부들도 있고, 여러 가지가 많다. 저자는 이런 얘길 했다. '망치만 들고 망치질만 하다보면 못이 아닌데도 못인 줄 알고 착각할 수 있다.' 망치만 갖고 있는 것보다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 편이 더 나을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인상깊게 본 두 번째 내용은 공부일기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공부하다보면 지루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공부일기를 써서 내가 즐겁게 공부했던 순간을 기록해두면, 잘 안 될 때 그동안 해 온 공부 기록을 훑어보면서 기분이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내 경우에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시간은 많이 투자하는데 진도는 많이 못 나가는 때가 그랬다. 만약 공부일기를 쓴다면 그걸 다시 볼 때 '내가 느릿느릿하긴 했지만 꾸준히 뭔가 한 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운이 날 것 같다. 공부 일기를 쓰면 자기 점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매일 뭔가 적어넣을 것을 만들어야 할테니까 더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세번째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야한다는 거였다. 세상에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은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교재는 내가 보기에 내키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의 몸에 밴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자신이 알려준 공부방법들에 대해서도 무작정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일지 검토해보라고 한다. 꼭 공부 '방법'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환경도 자신에게 알맞는 환경이 어떤걸지 생각해봐야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예 조용한 곳에서 집중이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곳에서 집중이 잘 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장소에 따라 집중력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또 여럿이 이야기하며 공부해야 잘 하는 사람, 혼자해야 잘 하는 사람, 여럿이 모여서 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 잘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공부하는 형태에 따라 집중력이 바뀌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필기를 해야 잘 하는 사람, 필기하면 더 안 되는 사람이 있는 등 개인마다 방법의 차이가 있으며, 자신의 방법을 찾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운 좋게 이 책을 접하면서 그동안의 나의 공부 태도, 방법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오랫동안 줄곧 느껴왔던 건데 공부에 대한 공부도 수시로 해줘야 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너무 '이걸 해야 돼'라며 꾸역꾸역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책들을 읽으면서 쉬엄쉬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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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쓴 날 : 2015.10.06. 화 (군대에서)

  불모지에서 전공책 본다고 가져갔다가 공부하고 쉬는 시간엔 일반 책도 읽고 싶어서 진중 문고에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은 TED라는 비영리단체의 강연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말을 아주 설득력 있고 유머러스 하게 해서 그 강연이 기억에 남았고, 그래서 이 책을 고르게 됐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난이도이다. 왜 겉표지를 굳이 양장으로 했을까 싶을 정도로 가벼운 내용들이 들어 있다. 분량도 얼마 안 된다. 내용은, 저자가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 초대받아서 공항 내 대부분의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일기로 쓴 것이다. 공항 측 회사의 CEO가 회사의 홍보를 위해 작가가 공항에 상주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인데, 회사가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그런 걸 허락한다니(물론 작가가 워낙 유명한 사람이긴 해서 확실히 홍보는 되겠다) 역시 외국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약간 시끄러운 공항에서 글쓰기가 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건 작가의 역량을 믿고 일단 보기로 했다.

Photograph by Mike Peel (www.mikepeel.net).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표지에서 공항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물 전경 사진이 나와서 참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 역시 히드로 공항의 거대하면서 현대적인 모습에 감탄하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 두었다. 난 하려고 하는 일이 토목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나 기술에 관한 이야기라면 귀를 기울여 듣는다. 거대한 건축물을 이야기하면서 기술이나 기술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듯이, 저자는 히드로 공항의 통유리로 지어진 특성과, 구조가 유지되도록 떠받치는 강재로 된 기둥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감탄하고 있었는데, 나도 언젠가 꾸준히 계속 공부한다면 그와같은 쓸모 있는 건축물들을 짓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니까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좀더 인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같은 방향을 향해 노력하는 덕분에 그런 대단한 성취를 할 수 있었다니 정말 멋지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공항에 붙은 호텔과 여러 컨퍼런스 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곳에 여행객들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소위 엘리트층이라 할 만한, 중요한 일들을 의논하는 사람들이 주로 있었다. 저자는 그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높은 곳에 있지만 오만하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자기 일에 즐겁게 몰두하는,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공항에는 희로애락이 공존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어딘가로 여행간다는 사실에 기대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 사소한 다툼으로 출발해서 그게 점점 커져서 여행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 눈물을 흘리며 서로 잠시 이별하는 연인들, 다양한 사람들의 온갖 감정들이 표출되는 곳이다. 저자가 주목한 공항 풍경 중에 내가 관심 있게 본 건 분노하고 있는 승객과 여행 왔다가 싸우는 가족이다. 이런 부정적인 상황도 관찰하고 적어둔 저자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 분노하는 승객은 비행기 탑승 시간에 조금 늦었지만 아직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규정 상 탑승을 못 한다고 공항 안내원이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상식적으로 바로 창 밖에 자기가 타기로 되어 있는 비행기가 있는 걸 보고 누가 이 규정을 이해할까? 저자는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고 이야기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만약 비행기가 아예 출발한 상태라면 희망이 없으니까 분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행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평상 시에 하는 일들에도 희망사항이 있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에 화가 나는 것 같다.

  다투는 가족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투는 내용이, 부부가 다투고 있었는데 처음엔 사소한 지적에서 싸움이 시작됐다가 나중엔 자식 얘기로까지 번져서 그런 거였다. 우리 나라랑 싸우는 레퍼토리가 비슷했다. 아내는 남편이 어린 자식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고, 주로 자신이 자녀 양육에 신경쓰고 남편은 무심하다며 화를 냈고, 남편은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면서 가족을 부양하는데 부인은 그런 걸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화를 냈다. 가족에서 부부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한참을 다툰 뒤 뾰루퉁한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이 가족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싸운 상태지만 만약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이 오면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그렇게 말할 새도 없이 다 기절하겠지만 뭐 일단은... 그렇게 얘기할 것 같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하여 소위 '먹고 살만' 해졌지만, 내적인 것은 여전히 과거나 지금이나 해결하기 힘들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가 미학적이거나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기쁨을 끌어내는 능력은 이해, 공감, 존중 등 그보다 더 중요한 여러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요구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위태롭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헌신하고 있는 관계가 몰이해와 원한으로 물들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드러나면 우리는 종려나무와 하늘색 수영장을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불을 피우거나 쓰러진 나무로 초보적인 카누를 만드려고 애쓰던 인간 역사의 초기에, 우리가 인간을 달로 보내고 비행기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내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견뎌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불끈 성질을 낸 것을 사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이렇게 고생을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정말 인간은 번쩍번쩍하고 튼튼한 공항도 지을 수 있고, 별의 별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못 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에선 여행이 사람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찰한다. 저자는 이렇게 쓴다. "사람들은 자꾸 잊는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가, 다시 여행에 대해 동경한다" 나에게 여행은 어떤 걸까?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행의 장점을 인정한다. 좀 사치스러운 취미인 것 같긴 하지만 자기가 계획하고 자기가 배울 것을 정하는 여행은 할 만한 것 같다. 최근에는 대충 끌려갔다 오는 여행이 아니고 어딘가 답사하고 오는 여행을 해봤는데, 유익하고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는 여행보다 실용적으로 뭔가를 배우려고 가는 여행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공항 풍경을 보며 쓴 수필이지만, 작가의 관찰력과 세심함이 정말 잘 드러난 책이었다. 나도 군대에서 단순하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지 말고 열심히 글을 써 봐야겠다. 군 생활 중에도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있고,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그냥 아까운 시간 허비하지 말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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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쓴 날 : 2015.10.29. 목 (군대에서)

  불모지에서 전쟁 영화 <<퓨리>>를 봤는데 재미있어서 전쟁에 관한 수기나 소설책이 없는지 불모지 도서관을 뒤지게 됐다. 겨우 하나가 있었는데 제목이 '모뉴먼츠 맨'이었다. 책 등에 있는 설명을 보니, 2차 세계대전 중에 실제로 존재했던 미술품, 문화재 등을 보존, 보호하는 일을 했던 연합군 작은 부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원했던 건 전선 가까이서 싸운 병사나 장교들의 이야기였는데 왠지 미술품 보호 임무는 별로 관심도 없고 극적인 장면들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선뜻 그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책이 없어서 그냥 읽어는 보자는 생각으로 '모뉴먼츠 맨'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잡고 먼저 훑어보고 느낀 첫 인상은 단순한 소설책이 아니고 전기문에 가깝다는 거였다. 상당히 공을 들여 책을 쓴 흔적이 여럿 있었다. 주석도 달려 있고, 참고문헌, 참고한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 편지(저자는 기자인가 그랬던 것 같다. 이 부서의 활약을 그냥 역사상에서 묻혀버리게 하기 싫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한다.) 사진들, 여러 등장인물들의 성장 배경, 약력, 성격을 요약한 것도 있었고, 독일군 측의 기밀 문서나 편지도 이 책을 쓰는 데 자주 동원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관한 부분이다.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고 나서 점점 프랑스를 해방시키는 과정 중에 독일군이 그 수도원이 있는 협곡에서 방어선을 펴고 있고, 그곳의 지형이 까다로워서 연합군이 애를 먹었었다. 날씨도 비가 많이 와서 안 좋은 상태였는데, 덕분에 높은 곳에 있는 그 수도원이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성으로 보였고, 연합군은 독일군이 수도원에 장비와 물자를 저장해두고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연합군 측 지휘관은 수도원을 폭격할지 말지에 대해 고심했다. 적의 물자 혹은 병력이 건물 안에 있는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수도원 안에는 많은 수의 미술품, 기록들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휘관은 폭격을 요청하고, 건물은 박살난다. 전쟁통에 문화재가 무슨 대수냐 싶었지만, 의외로 대가는 혹독했다. 우선 국제적으로 여론이 안 좋아졌다. 독일군은 연합군이 문화재나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전쟁 시에 역사적인 건축물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다고 선전했다. 이는 연합군 측 병사들 뿐만 아니라, 직접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 또한 전술적으로도 악영향이 생겼는데, 독일군 방어선 한가운데 있던 건물이 사라지자, 독일군이 건물 잔해에도 병력을 배치하여 오히려 방어선이 더 메꿔지는 결과가 생긴 것이다. 이 일로 연합군 총 사령관이 '역사적인 건축물, 문화재에는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내게 되고, 문화재 보호 전담반인 '모뉴먼츠 맨'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힘이 실리게 된다.

  물론 모든 문화재들이 보호받지는 못할 것이고, 수도원 이야기는 아주 특수한 경우의 일일 수 있다. 내가 만약 지휘관이고, 문화재를 파괴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할지 선택해야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한다면, 그냥 간단히 파괴하는 쪽을 택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그게 딜레마라는 걸 인식하는 것부터가 이 책이 성공한 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책에선 기념물 전담반(Monument's Men)의 고충에 대한 얘기도 자주 나온다. 중요성에 있어서 문화재 보호는 워낙 후순위에 있는 일이다 보니 병력 지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나중에도 겨우 장교 한 명 당 비서 용도로 병사 한 명 붙여준다)라 장교들이 직접 여기저기 다니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전담반원들은 한 열댓명밖에 안 됐는데, 그 숫자로 유럽 전역의 문화재들을 담당해야했으니, 한명 당 어느 정도 면적을 맡아야 했는지 생각해보면 참 할 일이 태산이었을 것이다. 장비도 아예 '아무것도' 없었다. 권총 한 자루에 필기도구, 지도밖에 없었다. 차량도 없고 운전병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부대의 차량을 히치하이킹 하듯이 얻어타고 다녀야 했다. 급박한 전쟁터에서 서로 얼마나 불편했을지 알 수 있다. 나중엔 전담반원 중 한 명이 독일군이 버리고 간 폭스바겐 승용차(유리창이 다 깨져서 없고 지붕도 뜯겨 나간 상태)를 고쳐서 타고 다니며 일을 했다. 넓은 면적에, 차를 얻어타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보니 어느 지역에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가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도 당장 그곳으로 못 가서, 갔을 땐 이미 폐허가 된 대성당을 보거나 전부 약탈당해 뼈대만 남은 건물들을 보는 경우가 잦았다.

  스파이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다. 장교가 병사를 전혀 대동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뭔가를 종이에 적거나 사진을 찍고 다니고, 차량을 타고 있지도 않으니 스파이로 오해받을 만 했다. 그리고 소속을 물어봐도 진짜 있는건지도 의심스러운, '기념물 전담반'이라니. 무슨 포병대나 공병대도 아니고. 그래서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아무리 '진짜 그 부서가 육군에 있다'고 해도 헌병이나 기무반으로 조사받으러 가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한다.

  전쟁터에선 폭격도 문제였지만 약탈도 심했다. 아군 적군 불문하고 전리품을 챙기는 습성은 누구에게나 있어서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병사들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했고(확실히 교육받은 군대는 약탈을 훨씬 덜 했다고 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는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붙이러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다. 앞서 말했듯이 장비가 아무것도 없어서 경고문을 인쇄할 기계도 없었기 때문에, 경고문 수량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공병대에서 지뢰 표지를 빌려와서 보호할 건물 입구에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병사들의 약탈보다 더 심각한 약탈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치당이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대량으로 문화재를 어디론가 수송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히틀러와 괴링, 히믈러 등 나치의 고위층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미술품을 챙겼던 건데, 히틀러가 보낸 여러 공문서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며, 히틀러 본인은 전쟁을 일으키기 훨씬 전부터 자신만의 미술관을 짓고 싶어했다고 한다.(실제로 히틀러는 미술가가 되고싶어할 만큼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다) 이 대량 약탈을 하는 건 미술품에 거의 관심이 없는 병사나 장교가 맡아서 했기 때문에 오래된 미술품 중 상당수가 운반 중에 훼손되기도 하고, 적절한 보존 처리를 받지 못해 부식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나치는 점령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 뿐만 아니라 유대인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미술품 컬렉션도 약탈했다. 전쟁 전에는 유대인을 추방하면서 그들이 가진 미술품들을 모두 압류하기도 했는데 그 행동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편협한 인종차별 행위라고 생각한다.(나치는 유대인을 국외추방할 때 미술품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재산을 압류하고, 달랑 옷 가방 하나만 가져가게 하거나 아예 못 가져가게 했다)

  이런 미술품들은 어디로 운반되었는지, 어떤 교통수단으로, 어느 경로를 따라 운반되었는지 알기 힘들었다. 연합군의 기념물 전담반은 이걸 다 추적해 찾아내야만 했다. 현재 볼 수 있는 미술품들 중 유명한 것들이 매우 많았다. 미술가 이름만 들어봐도 대체 이 기념물 전담반이 무슨 수를 써서 그걸 다 되찾은 건지 신기할 정도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고흐, 고갱,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티치아노, 얀 반 에이크, 보티첼리, 루벤스 등

  기념물 전담반원들을 도운 사람 중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던 여성 큐레이터가 한 명 있는데, 이 사람이 독일군에 뺏긴 문화재들을 회수, 추적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하고 나서부터 이 사람이 스파이 역할을 해서 어떤 미술품이 어디로, 어떤 방법으로 운송되는지 추적해온 것이다. 도중에 들킬 뻔한 적도 있고, 프랑스 레지스탕스로부터 적이 아닌지 오해받기도 했다. 결국 이 사람이 연합군도 돕고, 간접적으로는 레지스탕스도 도와서 나치의 비밀 미술품 보관소를 찾아내게 된다.

  책을 보고 나니까 평소에 별 생각없이 봐 오던 역사적인 것들이 그냥 아무 희생없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전쟁 후반부에는 몇몇 나치의 광신적인 행동 때문에 미술품들이 폭파될뻔 하기도 했다. (나치 독일이 아니면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 우리 나라도 6.25 때 서울에 있는 어떤 궁궐에 북괴군이 들어간 걸 UN 군이 발견하고 그 궁궐을 파괴하면서 북괴군을 잡을지, 아니면 놔둘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북한군이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을 소탕해서 그 궁궐이 지금까지 멀쩡히 볼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비록 책은 유럽의 2차 세계대전 이야기지만 지금 휴전중인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누군가 문화재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서 지금 남아있는 것들이 있는 게 아닐까? 책이 아주 극적으로 재밌는 건 아니지만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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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일 토요일

독후감 -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쓴 날 : 2015.06.30 화요일(군대에서 씀)

  군대 선임 중 한명이 소설책 한권을 추천해주어서 이 책을 보게 됐다. 책은 한 3-4백 페이지정도 되는 작은 책이었는데, 표지 그림이 보라색 연기가 새까만 배경에 담배연기처럼 피어나는 거라서 읽기도 전에 '분위기가 어두운 책이겠구나'하고 짐작하게 됐다. 게다가 제목이 '악의'라니까 당연히 밝은 내용은 아닐 것 같았다. 그래도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선임이 추천해준 거라서 내용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한번 보기로 했다.

  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일단 추리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가가 두명 나오는데 한 명은 성공한 작가이고, 다른 한명은 그렇지 못한 작가이다. 그 중 후자가 '노노구치 오사무'라는 사람이고 작중 주요인물 중 하나이다. 성공한 사람은 노노구치의 중학교 동창생이고 이름은 '히다카 구니히코'이다. 소설 초반부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집에 들르고 난 뒤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경위를 노노구치가 직접 묘사하고 기록해둔 것이 제시된다. 평범한 추리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이 소설의 형식이 특이하다는 것 때문에 그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구조다. 즉 작중인물이 쓴 기록을 작품 밖의 독자가 읽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소설이 1인칭 시점이면 독자는 화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나도 역시 노노구치의 수기 내용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노노구치가 작품 밖의 독자를 속일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고, 노노구치가 기록한 수기의 내용이 물론 화자의 주관적 해석이 있을 수 있어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있을거란 생각은 못 했다. 그래서 범인으로 의심한 사람은 구니히코의 부인이었다. 노노구치의 수기에서 자꾸 '강한 여자'(남편이 살해된 것을 알고도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약간 연극이 아닐까 생각했다)로 묘사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남편이 유명인이고 돈이 많은데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 봐서도 약간 의심을 했다. 노노구치가 자꾸 그 부인을 묘사하니까 둘이 불륜관계고 살인사건의 공범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가 노노구치가 자신의 수기를 통해 사기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노노구치가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인 '가가' 형사에게 자신의 기록을 봐도 된다고 넘겨주는 장면이 나오면서부터였다.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부통령이 자신이 검찰로부터 돈세탁 의혹을 받자,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려고 자신이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는지 전부 적어둔 기록물을 넘겨준 것이다. 물론 이 기록물은 철저히 검토해서 꼬투리 잡힐 일이 없도록 미리 조치해둔 거였다. 기록을 넘겨줌으로써 자신은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거리낄 것 없다는 인상을 심는 동시에 약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무 의심 없이 작품 중 화자를 믿는 마음이 싹 사라지고, 노노구치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독자로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그의 수기 내용 뿐이고, 그 구성을 의심해보기엔 독서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지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전개가 이루어졌다. 소설을 중간도 안 읽었는데 장이 넘어가더니, 다음 장 제목이 '해결'이라는 것이었다. 혹시 이 책이 단편소설 몇 개를 엮어놓은 건가 싶어서 맨 앞으로 가서 목차를 찾아봤다. 목차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책 한 권이 소설 한 편이라는 건데(표지에도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 범인이 잡히고 감옥에 가고 난 뒤의 이야기가 계속 펼쳐지는 건가 하는 예상도 해봤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궁금증에 계속 책을 읽었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가 형사는 끈질긴 추리 끝에 범인은 노노구치이며, 살해 동기는 히다카의 부인과 노노구치가 사랑에 빠졌었고, 히다카가 노노구치의 불륜관계를 눈치챘으며, 노노구치가 히다카를 죽이려 했던 게 들키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히다카에게 노노구치가, 그동안 자신이 썼던 소설을 다 주게 해서라는 걸 밝혀냈다. 그래서 사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가 쓴 소설들이 노노구치의 것이라는 거였다. 여기까지 보니까 노노구치가 일부러 빈틈이 있는 수기를 남긴 것이 히다카의 악랄함도 세상에 알리고 싶었으며, 자신의 억울함도 알리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가 형사가 증거들을 모아서(...)

이후 내용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쓰다 말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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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호밀밭의 파수꾼

쓴 날 : 2015.05.31 일요일(군대에 있을 때 쓴 것)

  대학 때 공부를 하다가 잘 안 되고 흥미를 못 느껴서 공부를 약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고 많이 놀았는데, 그때의 좌절감과 성적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 주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에 대한 걱정은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홀든 콜필드라는 고등학생으로, 성적이 안 좋고 인간관계도 그닥 별로인, 나의 과거 상황과 약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줄거리보다 주인공의 심리와 성격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야 하는 것 같다. 줄거리래봐야 주인공이 방황하면서 여기저기 갔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게 다다. 홀든은 사춘기 청소년으로, 자신이 똑똑한 편이라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성격이 너무 부정적이라 주변인들의 호의도 대부분 무시하고 불평을 일삼는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내 청소년기가 생각나면서 조금 스스로가 바보같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선 주인공의 불평불만이 이해가 안 되고 책을 도중에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나중엔 주인공이 방황을 끝내고 잘 생활한다. 나는 주인공이 자살할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처럼 방황한 적이 있었는데 주인공을 미친 놈 취급했던 나 자신이 머쓱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인데 후반부에 가기까지 호밀밭이 한번도 안 나오고 파수꾼도 안 나와서 대체 제목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궁금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이 여동생 피비를 만나는 부분에서 나온다. 피비가 주인공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자 주인공이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호밀밭에는 어른이 자신 뿐이고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고, 그 옆에는 절벽이 있다. 아이들이 천방지축 놀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려고 하면 파수꾼이 붙잡아주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고 작가가 학업 스트레스에 지치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그런 상황과 비슷한 주인공을 내세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 다음, 추락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성장한 어른들이 파수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시지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내 느낌은 그랬다.

  정확히 이 소설이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말하진 못 하겠다. 그냥 일기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약간 성장소설같기도 하다. 소설이 약간 이상하고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본다면 공감대가 생기면서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피비라는 여동생이 나오는 부분을 보면 그 새침떼기 여동생이 주인공보다 더 막무가내로 굴면서(오빠랑 같이 도망가겠다느니 어쩌니 하는데 초등학생 치고 맹랑하다. 주인공은 그 여동생이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한다'고 하기도 했다.) 결국 주인공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이런 부분에서 왠지 작가가, 추락하는 주인공을 붙잡아주는 건 그를 전적으로 좋아해주는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독자가 약간의 가족애라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사람이 이 소설에 공감하며 더이상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고,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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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

쓴 날 : 2015.05.30 토요일(군대에 있을 때 쓴 것)

저자 : 새뮤얼 플러먼

  나는 토목공학과 학생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토목공학에 관심을 갖고 대학교 진학을 토목과로 한 건 아니고, 인문학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실적이고 직업적인 이유로 결국에 토목과로 전공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운 공학책을 보다가 토목 전공을 포기하자니 아깝고, 계속 그것만 하자니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약간 인문학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보게 됐다. 또 한 분야만 알고 살면 언젠가 손해볼 것 같은 예감도 들었기 때문에 더욱 나에겐 인문학 지식이 필요했다.

  책의 저자는 새뮤얼 플러먼이라는 미국의 토목공학자다. 내가 이 사람의 책을 읽은 건 <<교양있는 엔지니어>>라는 책을 본 게 처음이었는데, 그 책을 봤을 때 단순히 한쪽만 아는 공학도가 되는 것보다 균형잡힌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게 됐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문학의 분야 중 몇 가지인 역사, 문학, 철학, 미술, 음악에 대해 중요한 내용만 소개한 것이 주를 이룬다.

  책의 처음부분부터 각 분야에 대한 요점을 설명하지는 않고, 엔지니어의 직업적인 특성(바쁘고 안정적이지만 불만족스러운 삶, 리더십, 주체적인 것보다 도구적으로 보이는 직종의 위상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직업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에 대해 밝힌다. 엔지니어가 교양과목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로 지적 역량과 상상력의 증대, 리더십 개발,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 공공의 이익에 더 잘 기여하기위한 자세를 갖추는 것을 들고 있다.

  책의 본론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소개하는 문학작품, 음악작품, 역사가의 관점이나 저술, 철학 등에 대해 저자가 무조건 찬양하거나 호평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학작품에 대해 문학계에서는 좋은 평을 받았더라도, 일반인이나 공학도들에게 지루하거나 이상하고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읽어보는 건 그렇게 권하지 않는다'는 말로 솔직하게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입맛대로 골라서, 취향대로 골라서 보라'는 말로 인문학에 큰 관심이 없어도 그것 때문에 따분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의 특이한 점이고 그래서 거부감이 들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나의 경우 역사와 문학에는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책을 읽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거기 나오는 용어를 모르는 게 많고, 개념들이 연결되는 게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다가 약간 답 없는 논쟁을 시시콜콜하게 하는 것 같은 분야도 있어서 관심 없는 분야는 '이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 넘겼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예전엔 교양 과목들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고 그걸 업으로 삼고 싶었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좀 사소하고 실용성이 떨어져서 인문학보다 공학을 주로 배우고 인문학은 그냥 좀 지칠 때나 보는 정도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문이 나오는데 딱 그 말대로 비중을 두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문화로 가는 길은 자신의 전문성을 통과해야지, 우회해서는 안 된다. (...) 교양을 쌓고자 하는 사람이 갖출 필수 조건은 하나의 일을 탁월하게 해내고자 하는 깊고 지속적인 열정이다." - 에릭 에시비 <기술과 학계>

  인문학은 대략적인 것, 특히 관심이 있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보고, 내가 선택한 전공인 토목공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속성으로 인문학 세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이 책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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