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토요일

독후감 - 호밀밭의 파수꾼

쓴 날 : 2015.05.31 일요일(군대에 있을 때 쓴 것)

  대학 때 공부를 하다가 잘 안 되고 흥미를 못 느껴서 공부를 약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고 많이 놀았는데, 그때의 좌절감과 성적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 주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에 대한 걱정은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홀든 콜필드라는 고등학생으로, 성적이 안 좋고 인간관계도 그닥 별로인, 나의 과거 상황과 약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줄거리보다 주인공의 심리와 성격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야 하는 것 같다. 줄거리래봐야 주인공이 방황하면서 여기저기 갔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게 다다. 홀든은 사춘기 청소년으로, 자신이 똑똑한 편이라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성격이 너무 부정적이라 주변인들의 호의도 대부분 무시하고 불평을 일삼는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내 청소년기가 생각나면서 조금 스스로가 바보같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선 주인공의 불평불만이 이해가 안 되고 책을 도중에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나중엔 주인공이 방황을 끝내고 잘 생활한다. 나는 주인공이 자살할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처럼 방황한 적이 있었는데 주인공을 미친 놈 취급했던 나 자신이 머쓱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인데 후반부에 가기까지 호밀밭이 한번도 안 나오고 파수꾼도 안 나와서 대체 제목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궁금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이 여동생 피비를 만나는 부분에서 나온다. 피비가 주인공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자 주인공이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호밀밭에는 어른이 자신 뿐이고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고, 그 옆에는 절벽이 있다. 아이들이 천방지축 놀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려고 하면 파수꾼이 붙잡아주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고 작가가 학업 스트레스에 지치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그런 상황과 비슷한 주인공을 내세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 다음, 추락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성장한 어른들이 파수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시지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내 느낌은 그랬다.

  정확히 이 소설이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말하진 못 하겠다. 그냥 일기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약간 성장소설같기도 하다. 소설이 약간 이상하고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본다면 공감대가 생기면서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피비라는 여동생이 나오는 부분을 보면 그 새침떼기 여동생이 주인공보다 더 막무가내로 굴면서(오빠랑 같이 도망가겠다느니 어쩌니 하는데 초등학생 치고 맹랑하다. 주인공은 그 여동생이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한다'고 하기도 했다.) 결국 주인공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이런 부분에서 왠지 작가가, 추락하는 주인공을 붙잡아주는 건 그를 전적으로 좋아해주는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독자가 약간의 가족애라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사람이 이 소설에 공감하며 더이상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고,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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