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대에 갔더니 장염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교대에 설사약이 다 떨어져서 백두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런데", 토요일엔 외진을 갈 수 없고 월요일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의무대 환자실에 입실해서 수액을 맞았다. 뭘 먹으면 설사를 했기 때문에 속이 괜찮아질 때까지 식사를 전혀 할 수 없었고, 연속으로 네 끼를 굶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답답했다. 약 하나 달랑 받기 위해 굶어가면서 눈 빠지게 기다려야 하다니.
월요일에 외진을 가서도 고역이었다. 다른 부대에서도 치료를 받기 위해 백두병원을 찾은 병사들이 많았고,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했다. 진료는 오후 늦게 끝나서 저녁 먹을 때쯤 버스를 타고 신교대로 돌아왔다. 그날은 각개전투 교육이 있었는데 외진때문에 훈련도 받을 수 없었다. 다른 동기들은 CS복에 흙먼지를 잔뜩 묻히고 군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모두들 지쳐 보였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기다리는 것보다 흙밭에서 뒹굴면서 훈련하는 게 더 국방의 의무에 가까운 얘기고, 그게 더 보람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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