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그만 텐트를 잔뜩 친다... 저 안에서 세 명이 자야 한다. By Joost J. Bakker (Flickr: dutch army tent 1955) [CC BY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
나는 텐트를 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는데, 설마 진짜 밖에서 훈련병들을 재울까 하고 의심이 들었던 거다.
텐트 치는 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야전삽을 처음으로 쓰게 됐는데, 그게 그냥 삽으로만 쓰는 게 아니고 망치, 지렛대, 못 뽑는 용도 등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어떤 영화에서는 그걸 대검 대신 무기로도 쓴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라면 정말 유용한 도구인 게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땅이 얼고 돌이 많아서 삽질할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과 손등이 트고 갈라져 따끔거렸다. 텐트를 다 완성하고 만든 걸 보는데, 한숨만 나왔다. 거기서 자다간 뇌혈관이 터져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텐트에서 세 명이서 잤는데 너무 좁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먼지가 아주 많이 피어올랐고, 그때가 감기때문에 코도 막히고 가래가 목에 가득찬 상태였는데 그걸 뱉어낼 상황이 안 돼서 그냥 삼키면서 잤다... 그때의 짭짤한 콧물, 가래맛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숨쉬기 힘들고, 춥고 미칠 것 같았다. 기온이 낮아서 오줌이 자주 마려웠고 그래서 화장실(이라 쓰고 노상방뇨라 읽는다)을 두 시간마다 한번씩 갔다.
야외에서 자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TV를 보다보면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야외취침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 기분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노숙자 거지가 된 것 같은 서러운 기분... 부디 앞으로 군 생활하면서 숙영해야하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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