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이등병 일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이등병 일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6 - 사막 유격 훈련

  26일부터 3박 4일로 유격훈련을 했다. 처음 입소할 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거였는데 퇴소한 지금은 유격훈련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깨닫게 됐다.

  진짜 죽기 일보 직전까지 유격체조, 얼차려를 받은 것 같다. 유격훈련장 연병장이 사막처럼 느껴졌다. 분명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지만, 거긴 우리나라가 아니었던건지 끔찍하게 덥고 모래먼지도 많고 건조했다.

아휴... 싫다 싫어...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kormnd/8716252374 , 대한민국 육군, 라이선스 : CC BY-SA 2.0)


  교관이 체조대형으로 벌렸다가 본대형으로 모았다가 하는 걸 엄청 많이 시키는데, '동작이 굼뜨다', '목소리가 작다'는 둥 온갖 구실을 대가면서 반복시키는 바람에 한번 움직일때마다 일어나는 모래먼지가 여러번 계속 일면서, 나중에는 입에 진흙이 씹힐 정도였다.

  체조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퇴소하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다가, 팔에는 멍도 여러군데 들었다. 멍든게 어디 부딫히거나 맞아서 생긴 게 아니고 오로지 체조만 하다가 생긴건데, 이때 처음으로 '아, 체조만 해도 멍이 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유격체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 깨닫는 한편 신기하기까지 했다.

  내가 유격훈련할 때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그래서 교관들도 그걸 인지하고 점심 이후에 바로 유격체조를 하지 않고 오침 시간을 주고 네 시부터 훈련을 계속 진행했다. 정말 너무 더워서 오침이 없었다면 거의 해골이 될뻔했다. 텐트에서 처음엔 잤는데, 텐트 색이 어두운 색이라 햇빛을 엄청나게 잘 흡수해서 자다 깨보면 온몸이 찝찝하게 땀이 났다. 나중엔 텐트에서 나와서 나무 그늘이 있는 언덕에 CS 전투복을 깔고 누워서 잤다. 확실히 같은 그늘이라도 나무 그늘이 훨씬 시원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참 신기했다.


  유격 때는 물을 아껴서 먹었다. 출발 전에 미리 대대 정수기에서 수통을 가득 채워서 갔는데, 너무 갈증이 나고 더워서 한 모금씩만 먹다가 나중에 교육시간이 끝나고 남은 물을 왕창 들이켰다. 물을 다 마시고 나서 500mL짜리인지 생수가 한통씩(거의 하루에 한 병인가 간부님으로부터 받았다) 보급돼서 그걸 수통에 채우고 마시고, 그걸로 손 씻고, 수저 씻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실제로 전쟁이 나면 이런 식으로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간혹 선임들이 물 좀 달라고 하는 때도 있어서 주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똑같이 보급 받아서 먹는건데 누구는 아껴 먹고, 누구는 다 먹고 또 얻어먹고 하면 아껴먹는 사람만 손해보는 게 아닌가. 다행히 훈련이 다 끝나갈 무렵엔 물이 꽤 남아서 충분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괜찮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엔 대대장님도 오셔서 음료수를 왕창 갖다주고 가셔서 상황이 좀 나아졌다.

이러시면 안 되고 물을 아껴서 '드셔야' 됩니다...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kormnd/20014465416 ,대한민국 육군, 라이선스 : CC BY-SA 2.0)


  아무튼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힘든 점들이 이것들이다. 이외에 화장실이 푸세식인 것, 텐트 안에도 모래먼지가 많아서 잘 때 찝찝한 것, 불침번할 때 전투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던 것, 온몸에 알이 배겨서 계단 오르내리기나 누워있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든 것, 너무 덥고 목말라서 따뜻하거나 뜨거운 음식은 거들떠보기도 싫어서 물배를 많이 채운 것, 군장에서 뭘 꺼냈다 넣었다 하기가 불편한 것(군장에 필요한 걸 넣으려면 정말 압축시켜서 넣어야했다)등이 있었다. 샤워 시간이 5분이라 짧은 것도 있었다. 유격을 내년에 또 해야하지만 일단 올해는 끝나서 너무 홀가분하다. 주말엔 물도 많이 마시고 잠도 실컷 자고 싶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25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15 -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 뻘줌한 게 싫다 /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2015.5.23.토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휴일에 TV를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동기들이 좋아하는 게 너무 다르다. 처음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뭘 볼지 다수결로 정하니까 내가 보고 싶은 걸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겠다고 고집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리모콘을 동기들에게 주고, 나는 다목적실에서 공부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내가 사회에 있으면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 부모님이 나를 보는 시선이 이런 거였을까? 지금 보니까 휴일에 TV만 보는 건 너무 시간 낭비인 것 같다. 공부나 독서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







2015.5.24.일
(뻘줌한 게 싫다)

  선임들과 친해지진 못하더라도 뻘줌한 상태로 같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난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먼저 다가가기가 힘들다. 분명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이 말을 지금 해도 될까? 이런걸 물어봐도 될까?' 등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별말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역시 쉽지가 않다. 이런식으로 가만히 있다가 이 날 아침 경계 때 한마디도 안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되든 안 되든 아무거나 내질러봐야 하는걸까?








2015.5.25.월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어제 경계 첫 타임에 진짜 한 마디도 못하고 어색하게 시간만 보냈었는데, 두번째 타임부터는 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 얘기나 해보기로 했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말하기 시작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하고 보니 어렵지 않았다. 선임도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생각이 이어지는대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가끔은 웃긴 얘기를 하다가 웃기도 하고, 좀 진지하게 인생 얘기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아주 많은 걸 알 수 있어 좋았다. 선임의 평소 생각, 부대가 돌아가는 것, 부대 분위기, 병사간, 간부간, 병사-간부간 인간 관계, 다른 선임에 대한 것들, 내 동기에 대한 다른 시각의 의견 등 듣고 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경계 근무 시간은 조금만 노력하면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성적이라고 아무 얘기 못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EBS에서 한 성격 다큐에서처럼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려서 오히려 더 진중한 얘기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주제로도 갈 수 있고, 결국 가진 자원을 가지고 자기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기왕 군대에 왔으니, 내 성격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도록 하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4 - 주특기 교육 끝 / 짐 없애기 /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2015.5.22.금
(주특기 교육 끝)

  지뢰 종합평가를 보고 주특기 교육이 끝났다.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짬짬이 야간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에 공부도 해서 어느정도 지식을 쌓은 상태라서 빈칸 없이 모든 내용을 다 써냈다. 결과는 1등하지는 못했지만 상위권인 것 같았고 일단 더이상 지뢰, 폭파 공부를 빡세게는 안 해도 돼서 기뻤다.

  1등은 111대대인지에서 온 아저씨가 받았다. 조교가 말하길, 발표를 자주 적극적으로 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나도 좀 적극적인 성격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등을 한 교육생은 여단장님으로부터 상장을 받는데, 포상휴가도 3박 4일인지 받는다. 난 포상을 목표로 공부한 건 아니고, 공병으로서 알아야 할 것을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일일평가 통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원래 하고 있던 공부를 하는 게 목표라서 미련은 없었다.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 줄여가면서 하려던 걸 했으니까 난 포상은 안 받아도 만족했다.






(짐 없애기)
  신교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택배를 간혹 보내주시는데 별로 필요없는 물건을 좀 보내서 나는 짐에 잡다한 게 많다. 버릴까 생각해봤는데 언제 필요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지 않고 모아두거나, 어떻게든 쓸만한 상황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서 꾸역꾸역 쓰고 있다.

  오늘 그 물품 중 두 가지를 거의 다 써가서 기분이 좋아서 이 일기를 쓴다. 두 가지는 핸드크림과 비타민이다. 핸드크림은 작은 샘플같은거였는데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유용할 때가 가끔은 있었다. 겨울에 일을 하다보면 손가락이 트고 갈라지는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걸 써서 손을 보호했던 것이다. 비타민은 누나가 선물로 보내준 건데 그것 역시 쓸모있긴 했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라서 내 짐이 많아보이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렇게 쓰다보니, '별로 불필요한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내 짐이 좀 줄었으면 한다. 빨리빨리 다 써서 줄여야겠다. 짐이 계속 많은 상태면 관물대 정리가 힘들고, 훈련할 때도 힘들 것 같다.







(좋은 글 - 하버드의 생각수업)
  "아무리 풍부한 지식을 얻더라도 그것을 잊어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지식을 잊어버린 뒤에도 신조나 가치관, '나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축'만큼은 우리 내부에 반드시 남아있다."

-후쿠하라 마사히로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건 핑계라고 봐야 한다. 누구나 일하거나 공부하는 건 힘들어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쓸모 있는 일들은 대개 배우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들은 종종 쓸모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 몫으로 남겨두자.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21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13 -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 혼자인 게 좋다 / 니 지뢰 저깄네

2015.5.19.화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지뢰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너무 외울게 많았다. 각각 지뢰를 설치, 해체하는 법과 특성, 제원을 알아야 했다. 제원은 뭐하러 외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워서 일일평가를 보긴 했다.

  시험은 거의 대학시험같은 느낌이었다. 간단하지만 서술형도 있어서이다. 정말 괴스러운 것은 일일평가 통과하려면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부사관도 커트라인이 만점이라는 걸 듣고 놀란 눈치였다. 나중엔 조교도 너무 빡세다 생각했는지 사소한 걸 틀리는 건 감점만 하고 통과시켜줬다. 아무튼 이상한 것도 외우느라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2015.5.20.수
(혼자인 게 좋다)

  나랑 맞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가도 좋다. 성격의 장점을 살리자. 각자 성격마다 잘 하는 일이 있다. 굳이 내가 힘든 부분에서 잘 하려고 너무 마음 쓰지 말자. 꼭 사람들 사이에서만 뭔가 얻을 필요 없다. 의존할 필요도 없다. 혼자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알고보면 공부는 재밌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어설프게 친한 척하다가 별 소득없이 뻘줌한 상황이 되지 말자. 혼자 공부하는 게 같이 멍하니 TV보는 것보다 낫다.








2015.5.21.목
(니 지뢰 저깄네)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2014.5.9 육군 6공병여단 지뢰매설 Republic of Korea Army)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영점사격장에서 지뢰 매설 실습을 했다. 야삽으로 땅을 팠는데 잔디 뿌리가 많아서 땅 파기가 힘들었다. 대전차지뢰는 크기가 커서 대인지뢰보다 땅을 더 많이 파야해서 그만큼 더 힘들었다. 무게도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가벼운 것도 아니라서 매설이 좀더 곤란했다.

  힘들고 먼지도 많이 묻었지만 오랜만에 삽질도 하고 몸 쓰는 일을 해서 재미있었다. 난 이상하게 그런 게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 안 하고 편하게 펜대 굴리면서 커서 힘든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된 것 같다. 앞으로 기회 될때마다 연습을 해서 숙련도를 많이 높여야겠다. 왜냐하면 오늘 내가 묻은 지뢰는 아무나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났으니까.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19일 화요일

이등병 일기 12 -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 취사병이 해주는 밥은 왜 맛이 없다고 할까 / 게임도 공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2015.5.14.목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말이 쉽고 실천하기 어려운 게 이거같다. 좀 힘들면 '이 정도 했으면 최선을 다했지'하면서 낮잠을 자거나, 나중에 한다고 하고 자꾸 미루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일일평가는 주요 폭약들의 특성같은 걸 외우는 겨였다. 나는 요 며칠 사이 입에 염증이 나고 괜히 피곤해서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 좀 무리하면 감기몸살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일평가에 떨어지고 나니까, 그게 그냥 핑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고 졸려도 '조금씩이라도 할걸'하고 후회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공부 좀 더 한다고 죽는 일은 없는데 난 너무 몸을 사렸다.

  앞으로 게으름 나고 놀고 싶어질 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될지 자꾸 생각해서 부지런하게 살도록 해야겠다.







2015.5.18.월
(취사병이 해주는 밥은 왜 맛이 없다고 할까)
  나는 별로 입이 짧지 않아서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오늘 '정글의 법칙'을 보는데 뭘 먹는 장면을 많이 봤다. 대왕조개, 갑오징어, 생선 등을 노릇노릇 익혀서 통통한 살을 베어 먹는 장면을 많이 봤다. 생활관에 있는 사람 모두가 감탄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보다보니 참 이상했다. 저런 정글에서 찔끔찔끔 먹는 게 맛은 있겠지만, 별로 양이 안 찰 것 같았는데, 거기서 먹는 음식은 부러워하고 군대 급식은 별로 맛 없다고 하는 게 그랬다. 군대 급식은 이 정도면 맛 있는 편이고, 양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다가, TV에 나오는 재료들이 대부분 나와서 별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TV에 나오는 게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게 이 경우도 마찬가지인걸까? 저 상황에 처하면 TV속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겠지만, 지금은 굳이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매일 밥을 해주는 취사병들에게 감사할 줄 알고, 급식의 질도 이정도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하겠다. 너무 당연하게 나오는 밥이라 소중함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자꾸 이걸 의식하도록 해야겠다.







2015.5.19.화
(게임도 공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뭔가 배우는 건 정말 오래 걸리는 일이다. 게임도 똑같다. 시간이나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하스스톤 게임 경기를 보다가 한번 배워볼까 하다가 든 생각이다.

  게임을 배우는데 시간 투자하는 건 지금보니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게임을 줄이고 다른 쓸모있는 걸 배우는데 투자하자. 게임은 친구들끼리 할 때만 가끔 하는 정도면 적당하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11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11 - 먹던 과자 짬처리 / 연등 잡담 간략 메모 / 전입신병 집체교육 첫날

2015.5.2.토
(먹던 과자 짬처리)
  전날에 생활관에서 뭘 먹다 여러번 혼나서, TV 연등이 끝난 다음날에 남은 과자들을 아예 걸릴 꼬투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먹어치워버리기로 했다. 나와 허 이병이 과자를 먹고 싶은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차례에 걸쳐 주머니에 먹을 걸 담아서 다목적실까지 운반한 뒤 짬처리를 했다.

  나쵸와 초코파이 여러 개, 시리얼(연두색 플라스틱 통에 든 건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을 가져가서 먹었다. 여유롭게 먹으면 맛도 있겠지만, 아침밥을 먹은 상태인데다가 곧 동아리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먹고 씻기도 해야 해서 서둘러 먹었고, 맛이 있다기보다 정말 말 그대로 '짬처리'하는 기분이었다. 이제 당분간은 PX가서 뭘 사먹는 일이 잘 없을 것 같다.







2015.5.8.토
(연등 잡담 간략 메모)
  구 상병님, 임 상병님과 야간 공부연등 시간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 임 상병님과 같이 영어 원서를 읽다가 역사 얘기, 이승만 대통령 얘기를 했는데 당직부사관 하시던 구 상병님도 끼게 된 것. 이후 새벽 두 시 반부터 두시간동안(원래 한 시간 반인데 후번 불침번과 30분빵을 해서 져서 30분 더 함. 이 날 이 상병님이 감기에 걸린 상태였는데 내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거라 죄송했음) 이 상병님과 휴가 때 여행 간 얘기, 선임들에 대한 얘기, 간부들 얘기, 전출이나 군 생활에 대한 얘기, 각자 장래에 대한 고민 얘기 등 많은 대화를 함.






2015.5.11.월
(전입신병 집체교육 첫날)
  오늘부터 2주간 전입신병 주특기 집체교육을 한다. 운좋게도 우리 대대가 교육대 역할도 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짐을 싸서 같은 건물 4층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됐다.

  짐을 싸서 올라갔고, 신고식을 하고 폭파 과목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처음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처음번 조교가 잘 못 가르치고 대충대충 넘어가고 부연설명 없이 거의 PPT자료를 읽는 정도만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교육을 한 조교는 설명을 잘 했다. 사례도 많이 들고 이유도 잘 이야기했다. 폭파 과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만 했다.

  교육이 끝나고 실습 시간이 됐다. 실습은 도화선(?) 매듭 묶는 걸 했다. 바로매기, 소말뚝매기, 눕혀 통달아매기, 홀쳐매기 네 가지를 제한시간 내로 끝내는 것이 과제였다. 천천히 하는 건 쉬웠는데 빨리 하는 건 자꾸 줄이 꼬여서 어려웠고 평가를 볼 때 계속 불합격을 받았다. 나중엔 좀 짜증났는데 다행히 몇 시간 쉬고 저녁먹고 평가를 보라고 해서 기분이 나아진 상태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주특기 교육에서 난 포상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냥 새로운 걸 할 줄 아는 정도까지만 배우고 내려갈 계획이다. 포기하지는 않고, 충분히 배우고 가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5월 1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0 - 왜 생활관에서 뭘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나름 몰래 먹는다고 먹었다. 설마 선임이나 간부가 복도를 지나가면서 문에 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뒤돌아서 과자를 먹는 후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걸렸고, 혼났다.

  처음 혼났을 때 우리는 음식을 그냥 버릴 수는 없고 걸리지 않게 먹자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걸렸다. 이번엔 다른 선임들 몇명도 얘기를 듣고 생활관에 찾아와서 혼났다. 내 맏선임도 오셨고, 그래서 되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선임도 더 위의 선임도 나와 내 동기들이 생활관에서 음식물을 먹는다는 걸 알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부터 나와 내 동기들은 완전 찍혔을거라며 쫄아있었다. 약간 어이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생활관에서 왜 먹으면 안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과자 먹는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부스러기가 생긴다고 해도 매일 청소하는데, 이 정도도 안 되나 싶었다.

  나중에 물어봤을 때, 취식물 섭취 금지 사유는 예전에 생활관에서 뭘 먹어도 되던 시절, 라면같이 냄새가 많이 나고 국물을 흘리면 쉽게 지저분해지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활관이 더러워지고 냄새도 많이 나게 돼서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느정도 이해는 됐다. 그래도 살짝 억울한 점은, 라면이나 냉동식품도 아니고 겨우 과자나 초코파이같은 건데도 이 날처럼 콤보로 혼났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알고 보니, 선임들 중 몇몇도 밤에 TV보면서 뭘 먹다가 걸렸다고 해서 약간 이 규칙이 이상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그 얘기를 다음날 아침에 듣고 나니까, 우리만 걸린 줄 알고 쫄아있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이날 이후로 나는 그냥 음식물은 생활관에 두지 않고, 있더라도 다목적실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한 규칙같지만 그걸 어겨서 털리는 건 싫으니까. 내가 나중에 선임이 되면 그냥 음식물 생활관에서 먹더라도 눈감아 줄거다. 대신 너무 지저분하게 먹으면 잡아야지.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이등병 일기 9 - 다시 시작하는 피부관리

<다시 시작하는 피부 관리>
2015.4.29.수

  나는 피부가 별로 안 좋다. 중학교 때 관리 소홀로 그렇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관리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폼클렌징과 로션을 꾸준히 쓰고 가끔씩 팩을 할 정도의 관리는 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입학 이후, 그런 제품들을 쓰는 게 귀찮고 별 효과도 없다고 느꼈고, 돈도 아깝다고 생각해서 그냥 비누로 씻었다. 또 남자한테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는 건) 그런건 사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대에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 맏선임 중 한분이신 강 일병님께서 줄기차게 피부관리가 필요하며, 여러 제품들을 반드시 써야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내 생각이 바뀐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바로, 피부도 강해야 군생활도 잘 된다는 거다.

  군대에서 훈련할 때 간혹 위장크림을 쓰는데 이게 잘 안 지워진다. 나는 특히 모공이 넓어서 위장크림이 모공속으로 들어갔을 때 비누만으로 잘 안 지워지고, 여러번 비누를 다시 칠해서 얼굴을 문지르다 보면 피부가 따끔거리는 상황이 생긴다. 강 일병님이 나의 피부타입에 대해 분석해주셨고,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낀데다가 군대에 있을 때는 피부가 손상돼서 따끔거리거나, 모공이 더 넓어져서 위장크림 찌꺼기 등이 끼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누보다 자극이 덜하고 세정 능력은 더 좋은 폼클렌징을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디테일한 것까지 알고 많은 화장품을 쓰는 건 내가 귀찮고, 낭비라고 생각해서 안 되겠지만, 어느정도, 훈련이나 군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게 해주는 피부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와서 피부가 좋아져서 나간다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해서 크게 나쁠 것 없는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이등병 일기 8 - 생활관보다 밖이 더 따뜻함 / 저는 자기 싫습니다

<생활관보다 밖이 더 따뜻함>
2015.4.24.목

  이제 완전히 봄인 것 같다. 내가 쓰는 생활관은 건물 뒤쪽 구석에 있어서 볕이 잘 안 들어서 낮이 되어도 손이 약간 시려울 정도로 춥다. 계속 생활관에 있으면 추우니까 앞으로 허 이병이 담배 피우러 나갈 때 따라 나가서(난 비흡연자이지만) 햇빛을 쐬기로 했다. 흡연장에서 좀 떨어진(그래서 담배 연기가 안 오는) 갈색 페인트칠 된 정자에 앉아 보니까 엉덩이가 따뜻하다. 앞으로 그 미리 데워진 정자에 가서 시린 손도 녹이고 해야겠다. 봄이라서 기쁘다. 민들레도 많이 피었다.





<저는 자기 싫습니다>
2015.4.29.수

  두번째로 국지도발 훈련을 하게 됐다. 첫번째와 다른 점은 이날 훈련이 철야로 진행되는 거였다. 즉 진지에 갔다가 그날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에 부대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하룻밤을 자야하기 때문에 준비할 게 더 많았다. 스키파카도 챙겨야 하고, 여분의 의류대와 모포, 판초우의까지 챙겼다. 선임들은 진지에서 먹을 간식까지 챙겨갔다.

  주간에는 다른 국지도발 훈련과 다른 점이 별로 없었다. 진지도 예전에 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랑비가 조금 왔던 것만 달랐다. 그날 아침 본 일기예보에서 남쪽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고 하고, 강원도에도 비가 올 수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금방 가랑비가 끝나서 다행이었다.

  재밌는 건 야간이었다. 야간의 날씨는 주간의 날씨와 매우 달랐다. 낮에는 비가 그치자 조금 덥고 땀이 났는데, 밤이 되자 서늘해지더니 새벽에는 추워지기까지 했다. 어느정도였냐면, 손난로에 모포, 스키파카까지 사용해야 버틸만할 정도였다.

  밤 10시까지는 다 같이 경계를 서다가 이후에는 한명씩 자고, 나머지 인원이 경계를 서기로 했다. 몇번 순서가 되어 자고 일어났는데, 나중에는 그냥 안 자고 앉아서 경계를 서다가 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좁고 어두운 진지에서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장구류를 풀고, 손을 더듬어 모포를 찾아 덮고, 우의도 덮고, 이러기가 귀찮았다. 게다가 시간이 다 돼서 일어날 때 체온이 조금 낮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싫었고, 다시 장구류를 차고 바스락바스락 움직이기가 성가셨다. 그래서 나중엔 다른 선임이 계속 자도록 두고, 난 앉아서 경계를 했다. 그편이 훨씬 덜 얼어죽을 것 같고 편했다.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밤은 재미있었다. 늦은 시간에 듣는 귀신 얘기나 옛날에 부대에서 자살한 사람 이야기 등,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얘기도 했다. 내가 있는 진지 주변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굉장히 어두웠다. 그나마 달빛이 강해서(거의 보름달) 도로쪽이 조금 보일 정도였다. 검열관이나 대항군이 오지 않도록 숲속을 유심히 봐야 했는데, 거의 안개낀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가끔 잡담거리가 떨어지면 사방이 고요한 때가 왔고, 그때면 주변의 아주 작은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서 풀숲 사이로 개구리가 뛰어다니거나, 고양이나 오소리가 돌아다니는 것도 알아챌 수 있었다. 가끔 땅바닥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나, 낙엽이 부서지거나 바스락대는 소리도 났는데, 그때마다 검열관이나 대항군이 온 게 아닌지 의심이 들면서 초조해지고, 긴장이 많이 됐다. (다행히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선임들이 모두 자고 나만 남았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의 적막감과 평온함이 좋았다. (약간 무섭긴 했지만) 하늘을 보면 어두운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별이 수없이 많이 반짝거리고 있었고, 다른 산을 보면 '저기 어딘가 다른 선임들이 있으면서 언젠가 이쪽을 볼 때도 있겠지'하는 생각도 들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밤이 무사히 지나가고 아침에 해가 뜨자, 굉장히 보람있게 느껴졌고 밤 사이 죽지 않고 다음날을 맞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때 선임들이 다 자고 있어서 무척 좋았다. (집에서도 가족들이 다 자고 나만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정말 신기한 건 그렇게 날씨가 춥다가도 동이 트자 금세 더워졌다는 것이다.

  입고있던 방한용 잠바를 벗고 핫팩을 진지 벽에 놔두고 진지에서 나와 기지개를 펴니까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계속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있어서 다리가 저렸는데 거기서 나오니까 다리 저린 것이 싹 사라졌다. 위장을 살짝 더 하고 따뜻한 햇빛을 쬐면서 기다리니까 행보관님이 아침을 갖다 주셨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갖다주셔서 조금 놀랐다. 선임들이 깨지 않게 산을 내려가 음식을 받아서 다시 올라갔다. 음식을 갖고 갔을 때 옆 진지 선임이 밥을 받으러 미리 와 계셨고, 자고 있던 우리 진지 선임들을 발견하시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선임들을 깨우셨다.

  그렇게 몇 시간 있다가 철수 명령이 떨어졌고 우리는 부대로 돌아왔다. 뿔뿔이 흩어졌던 병사들이 꾀죄죄한 몰골로 다시 트럭 뒷칸에 모이자, 몇몇은 간밤에 잘 있었는지 서로 안부를 물었고, 몇몇은 피곤한 얼굴로 묵묵히 앉아 있었다. 특별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무사히 복귀했고, 그 점에 만족했다. 훈련을 많이 하면 짜증나겠지만 가끔 이 정도 해보는 건 나름 할만한 것 같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23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7 - 의외의 꿀보직, 군견 / 검열 취소→사기 진작 / 군대에선 고민을 하자

<의외의 꿀보직, 군견>
2015.4.21.화

퍼블릭 도메인


  식당분대를 하기 전에는 군견이 묶여서 하루종일 널브러져 있는 걸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보니까 의외로 군견이 꿀보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봄날에 누구는 손이 불도록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는데, 바닥에 천하태평 누워서 일광욕이나 즐기다니. 살다살다 개가 부러웠던 건 처음이네.




<검열 취소→사기 진작>
2015.4.22.수
  검열 취소! 너무 기쁘다. 이제 원래 식당분대 일만 하면 끝난다니! 취소 전에는 식판을 닦으면서도 '아 이거 끝나면 끝이 아니라 다른 거 더 시키겠구나'하면서 의욕이 감소했었는데 이젠 아니게 됐다. 지겨운 청소와 잡일이 반 이상 줄어서 너무 좋다. 덧붙여 식당분대 갔다 왔을 때 아빠가 보내준다던 토목 산업기사 책들(새 것)도 도착해 있어서 너무 기뻤다.




<군대에선 고민을 하자>
2015.4.23.목

퍼블릭 도메인


  야간 연등 시간에 등 뒤에서 선임이 미래 걱정하시는 걸 들었다. 평소에 선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깊숙한 곳에 있는 얘기들은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오늘 들어보니 전역하고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고민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엔 전역하면 대학교로 돌아가면 되지만, 여기있는 사람 모두가 똑같은 배경을 가진 건 아니다. 대학을 다니지 않았거나, 이미 졸업했거나 하는 사람들은 전역 후의 삶이 반드시 걱정될 것이다. 그 선임의 고민거리를 듣고나니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 우리 나이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릴적부터 대학생이 될 때 정도까진 부모님이 생계를 책임져주고, 편하게(이건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부모님 보호 아래 있는 편이 더 낫다는 의미) 큰 걱정 없이 살아 왔지만, 전역 후 복학이 아니라면 얘기는 다르다. 계속 알바 수준의 일을 할 수는 없을테고, 어느정도 인정받을만한 직장을 잡고 먹고 사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올텐데 정말 막막할 것 같다. 지금이야 야간에 먹는 라면 한 봉지에 뱃속이 따끈해지고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런 소박한 기쁨을 사회로 돌아가고 나서도 느낄 수 있을까?

  둘째, '그래도 고민이라도 한다는 게 어딜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냥 하하호호 놀 게 아니라, 일단 고민을 해야 뭐라도 시작할테니까 아직 희망적인 게 아닐까 한다. 군대가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런 것 같다. 합법적인 경력 상 휴식기간(물론 쉬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여유시간이 있다)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내 경우에도 군대를 온 것이 생각하고 계획하고 계획을 점검, 보충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 온 거다. 나는 나름 그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임이나 동기들도 군대에 있는 동안 싫다고만 할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좋겠다.

  셋째, 좀더 긴장해서 노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일과 시간에 일을 하고 생활관에 들어오면 자꾸 '피곤하니 잠시 쉬었다가 해야지'하고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나중에 걱정하지 말고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이뤄나가야겠다.

  이외에도 사소한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생각이 난다면 써볼 생각이다. 사람이 군대에 갔다오면 철든다는 옛말이 있는데, 모두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나의 단점들은 버리고, 장점들은 더 살리고, 부족한 면은 더 채워서 전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막막하더라도 시간은 가니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확실히 맞다. 그 선임도 잘 됐으면 하고, 군 생활 하고 있는 다른 장병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20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6 - 휴가에 대해 / 부모님 면회 외박 후... 섭섭하고 아쉽다 / 첫 식당분대 일

<휴가에 대해>
2015.4.17.금
  아직은 휴가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은데, 한번 갔다오고 나면 생각이 바뀔까?




<부모님 면회 외박 후... 섭섭하고 아쉽다>
2015.4.19.일
  부모님 면회 외박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했다. 헤어질 때 아쉽고 섭섭했다. 생활관에 돌아와서도 부모님이 집에 잘 돌아가셨을까 걱정을 했다. 비가 살짝 와서 날씨가 어둡다. 쉬고 와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어두운 날씨와 비슷하게 내 마음도 살짝 우울해졌다. 빨리 5월 휴가날이 돼서 집으로 가고 싶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낼 것이다.




<첫 식당분대 일>
2015.4.20.월
  처음으로 식당 분대를 했다. 식판 닦는 일을 했는데 힘들었다. 그래도 몇번 하니까 나중엔 노하우가 생겨서 괜찮았다. 군대 오니까 허드렛일을 주로 하게 되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5 - 첫 탄약고 경계 / 첫 전투사격 / 군대에서 힘든 점

첫 탄약고 경계
2015.4.8(수)

  오늘 탄약고 첫 경계를 섰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쉽게 피곤해지는 일이었다. 정신적으로도 피로해지는데, 계속 같은 장소를 왔다갔다 보고 있는데다가 뭔가 움직이는 게 없는지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탄약고가 털리면 해당 부대가 쓸모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잘 지켜야겠다.








첫 전투사격
2015.4.13(월)

  주간 전투사격을 처음으로 했다. 1차에 11발로 합격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번에 붙어서 어깨가 으쓱거려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군대에서 힘든 점
2015.4.15(수)

  군대에서 어려운 점 두 가지는 첫째, 원래 동작이 굼뜬데 뭔가 빨리해야할 때 힘든 것, 둘째는 나는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내가 사소하게 잘못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선임들 사이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걸 알 때다.









요구할 땐 합시다
2015.4.16(목)

  오늘 오전 임무카드 검사를 했다. 나는 진지브리핑 내용만 받고 다른 건 안 받은 상태였다. 맏선임 중 한 명이 주신다고 했는데 아직 안 주셔서 기다리고 있었다. 몇번 달라고 더 얘기해볼까 했는데 아직 훈련을 안 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오늘 검사할 때 내가 없는 걸 더 윗선임이 아시고 내 맏선임을 혼냈다. 같이 있던 나는 괜히 불편해졌다. 크게 잘못한 건 없었지만, 기다리지 말고 '이거 필요하다'하고 계속 상기시켰다면 오늘같은 불편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내건 내가 기억하고 챙기고, 필요한 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7일 화요일

이등병 일기 4 - 내 고집대로 할걸...

  크게 이상하지 않다면 내 고집대로 하는 편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병교육대에서 자대로 올 때, 원래는 가져오기로 했던 전공서적, 공학계산기, 필통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유는 아빠가 '가자마자 공부하려고 하면 선임들에게 밉보일 수 있다'고 했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퍼블릭 도메인


  그러나 막상 자대에 와보니, 시간은 의외로 충분한데다가 잘못하면 놀다가 아까운 시간을 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놀기 좋은 환경이었다. 선임들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별 눈치주지 않고,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격증이나 검정고시 등 공부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 후회한다. 신교대 수료식 날 그냥 내 고집대로 계산기와 전공서적을 가져왔으면 지금 좀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을텐데. 다음주 주말에 부모님 오실 때 갖고 와 달라고 해야겠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이등병 일기 3 - 보람찬 군대 생활 / 군대에서 산업기사 자격증 따기

2015.4.6(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일과시간에 일도 열심히 했다. 돈도 아껴 쓰고 있고, 오늘 하루를 보람되게 잘 보냈다. 군대에서 하게 된 여러 좋은 습관들(운동, 청소, 3감사)을 전역하고 나서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15.4.6(월) 군대 3감사>
1.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선임분들께 감사했습니다.
2. 도전선 감는 일을 도와주신 선임분들께 감사했습니다.
3. 체력단련 시간에 새로운 방법으로 체력단련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015.4.7(화)

(출처 : http://ubiques.tistory.com/24
CC-BY 4.0)


  전공 공부를 한다고는 해왔는데 솔직히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TV보면서 놀거나, 피곤하다고 핑계대고 졸거나, 다른 재밌는 책(소설책 같은 건 아니고 교양서들이긴 했지만)을 보면서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다.

  오늘 행보관님과 상담을 했는데, 나에게 산업기사나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해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셨다. 나는 이미 전공공부를 조금 하고 있으며, 산업기사는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우 별로 안 쳐준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행보관님은 좀더 다른 각도에서 나를 설득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혼자 전공 내용을 복습한다는 내 계획은 주변의 유혹들때문에 지켜지지 않기 일쑤였다. 행보관님도 그런 상황을 짐작하셨는지, 목표로 하는 시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태도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하셨다. 또, 4년제 졸업자에겐 필요 없는 것 같더라도 이력서에 자격증 한줄 더 써넣을 수 있는데다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하셨다.

  행보관님의 말씀을 듣자, 정말 그럴거라고 내 생각도 바뀌었다. 그동안 내가 힘든 일은 피하면서 안이하게 살아온 것 같아서 반성했다. 상담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이미 빌렸던 책 두 권을 반납하고 산업기사 수험서를 두 권 빌려왔다. 앞으로 힘들겠지만 오늘 행보관님이 하셨던 이야기를 잘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고 정진해야겠다. 나태했던 나의 태도를 바로 잡아주신 행보관님께 감사하다.






<2015.4.7(화) 군대 3감사>
1. 행정보급관님께서 군대에서도 산업기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 허 이병이 부식으로 나온 건빵을 통째로 줘서 감사했습니다.
3. 도전선 감는 걸 그만하고 전투사격 연습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4월 4일 토요일

이등병 일기 2 - 나도 '지각 인생'

  늘 받는 질문 가운데 대답하기 가장 애매한 질문이 '왜 이렇게 늦게(나이 많을 때) 왔냐'는 것이다. 군대에 와서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 대학 입학해서도 이미 받았고, 나중에 취업할 때도 이 질문을 받을 것이다.

  입대 전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입대 이후 여러 사람들을 만난 뒤 들게 된 생각이 있다. 바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내가 늦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의도로 하는 건 아니다. 같이 입대한 이들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적었다. 하지만 그중에 나보다 어려도 작은 건설사에서 상당기간 일하다가 입대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건설업에 대한 지식은 비록 한정된 분야처럼 보이긴 했으나 자세한 사항까지 알 정도로 깊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내가 나이가 더 많다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구나'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앞으로 더 배울 것이 많은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자꾸 내 나이를 의식하면 그게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외에도 나보다 먼저 입대했고, 나이도 보다 적지만 일을 정말 잘 하는 선임들, 나보다 어릴테지만 벌써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조교들, 나보다 한살 위밖에 안 되지만 벌써 중위(소위였던가)를 달고 강의까지 하고 있는 정훈장교 등을 보니까 '정말로 중요한 건 능력이지 나이가 아니다'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지난 시간은 이미 지난 것이고, 앞으로는 '내가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주눅들지 말고, 오히려 그 숫자는 의식하지 말고, 나의 능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해야겠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더이상 내 나이가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2015.4.4(토) 군대 3감사>
1.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저녁 급식이 맛있어서 감사했습니다.
3. 동아리 활동에 독서도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015.4.5(일) 군대 3감사>
1. 성당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해주어서 감사했습니다.
2. 교회에서 맥반석 계란을 줘서 감사했습니다.
3. 동기가 먹을 걸 줘서 감사했습니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2015년 3월 26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1 - 공짜 체력단련 / 첫 국지도발 훈련

2015.3.25(수)

  전투체력 단련을 했다.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 힘들었지만 매일 체력단련을 시켜주는 것에 감사하다.




2015.3.26(목)

  국지도발 훈련을 했다. 잠깐이었지만 공병으로서 첫 삽질을 해본 것이 기뻤다. 선임분들과 잡담도 하고 간식도 먹었다. 점심은 비닐봉투에 든 주먹밥이었다. 끝부분을 조금 찢어서 짜 먹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경계 서면서 보냈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니 진호가 '산불조심' 아저씨들이 행보관들이었다고 했다. 우리 진지에서는 그냥 통과시켰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였나? 상황전파 메모를 다시 보니까 우리 진지 앞에 있던 모닝 차 얘기도 있는 것 같았다.










<2015.3.26(목) 군대 3감사>
1. 국지도발 훈련 중 행보관님이 점심을 갖다주셔서 감사했다.
2. 위장크림이 없었는데 선임께서 빌려주셔서 감사했다.
3. 산불 감시원 분들이 지나가면서 수고 많다고 격려해주셨을 때 감사했다.

<2015.3.27(금) 군대 3감사>
1. 김** 일병님이 생일이라서 감사합니다.
2. 영점사격 할 때 이 중사님이 잘 한다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 새 동기가 들어온 것에 감사합니다.

<2015.3.28(토) 군대 3감사>
1. 자유시간이 많은 점이 감사했습니다.
2.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3. 점심에 팥빙수가 나와서 감사했습니다.

<2015.4.1(수) 군대 3감사>
1. 허 이병과 뜀걸음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어떤 간부님과 탄약고에서 영점사격장까지 같이 뜀걸음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감사했습니다.
3. 군대에서도 전공책을 볼 수 있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2015.4.2(목) 군대 3감사>
1. 날씨가 따뜻해져서 감사했습니다.
2. 소대 PX를 했던 것이 감사했습니다.
3. 소대 PX때 웃긴 얘기를 많이 들었던 점이 감사했습니다.

<2015.4.3(금) 군대 3감사>
1. 전공 공부할 시간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뉴스에 전공과 관련된 소식이 많이 나와서 감사했습니다.
3. 2주대기가 풀려서 꼭 선임들과 동행하지 않아도 식사를 하러 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